조선일보·연합인포·영남일보 "AI 툴 팔아요"
[사내용 개발 넘어 AI 툴 사업화]
조선, '교열 AI' 상용화 예정
연합인포, 영상제작플랫폼 '인포X'
영남, AI 이미지 솔루션 '모시네'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툴(tool)을 상용 서비스로 확장,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국내 언론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챗GPT 출시 후 콘텐츠나 내부용 업무도구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시도가 다수 매체에서 이어졌지만 AI 툴을 ‘세일즈’하며 사업화를 꾀한 방향은 드물었다.
조선일보는 최근 국내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1년 간 미디어 업계에서 쓸 수 있는 여러 AI 툴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오탈자를 잡는 ‘교열’(2월), 한글기사를 영어·일어 등으로 자동 바꿔주는 ‘번역’(5월), 조선닷컴 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검색’(7월), 기사의 틀린 부분을 판단해주는 ‘팩트체크’(하반기), 기사 작성을 돕는 ‘기사생성’(연말) AI 등을 연내 선보인다.
교열AI는 3일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에 배포돼 온·오프라인 제작에 이미 활용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교열 전후 기사 6000여쌍과 한글 맞춤법 및 용례, 고유명사 등을 업스테이지의 거대언어모델 솔라에 학습시켜 툴을 만들었다. 기존 CMS를 자체 개발하지 않았던 만큼 ‘아크 컴포저’에 탑재하진 못했지만 ‘크롬 익스텐션’ 등 형태로 지원해 기자들 사용성을 높이고자 했다. 95% 이상 정확도로 오탈자를 잡아내고 어색한 문장 구조 변경, 문맥에 맞는 단어 추천 등을 지원해 내부 호평이 나온다.
특히 이들 AI는 자사에 선 적용된 뒤 향후 상용화 예정이다. 일단 교열AI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출판사, 타 미디어, 보고서 수요가 많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핵심 타깃”이다. 통상 뉴스 어법은 언론사별 자체 규정 스타일을 우선하는데 툴은 표준어법을 따르도록 하며 상용화 의도가 반영됐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조선일보 사보에서 “일부 잠재 고객들에게 시제품을 선보인 결과 도입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양사 협업은 지난해 외부 기관 AI 지원사업에 함께 나섰다가 낙마한 후 본격화됐다. AI 기업의 개발 역량과 언론사의 데이터·감수 능력이 등가에 놓였다. 기업은 자체 언어모델 고도화와 홍보 효과를 거두고, 언론은 데이터 제공으로 비용지불을 갈음했다. 대신 상용화 수익은 나누는 모델이다. 다만 결과물을 두고 내부에선 ‘개발 예정 AI가 기존과 얼마나 다를지’(번역), ‘어느 수준에서 구현될지’(팩트체크), ‘이미 사내 존재 툴과 교통정리는 어떻게 할지’(기사 생성) 등 의문도 나오는 상태다.
지난해 1월 지역 IT기업 멜라카와 협업을 통해 국내 신문사 최초로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을 개발한 영남일보도 사업화 사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 선정으로 개발된 툴은 내부 제작과정을 지원·개선하고자 했고, 지난해 연말 ‘모시네(mosyne.ai)’란 별도 사이트로 추가 구축된 결과물이다. 영문 사이트는 ‘해외 디지털 네이티브 2030’을 타깃으로 개인 7달러, 기업 21달러 등 구독료를 책정하고 AI 이미지 생성 및 수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지 ‘배경삭제’, ‘사물삭제’, ‘해상도 업스케일링’ 등을 할 수 있고, 현 ‘텍스트 투 이미지’ 생성에 더해 ‘이미지 투 이미지’, ‘텍스트 투 비디오’ 기능을 추가 중이다.
박종문 영남일보 기업M&A지원센터장은 “국내보다 훨씬 큰 해외, 영어사용권을 시장으로 설정했고 최대한 어느 나라 서비스인지 티나지 않게 하려 했다. 젊은층, IT인력이 많은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 지속 SNS 홍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해당 툴로) 초등학생 대상 AI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연말엔 아예 교육부로부터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지역 공헌사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인포맥스도 자체 금융공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방송제작 시스템 ‘인포X’의 사업화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다. 텍스트 기사·정보를 영상용 대본으로 바꿔주고 관련 그림과 차트 매칭, ‘AI 아나운서’ 음성까지 자동화한 툴이다. 연합뉴스경제TV를 운영하는 텍스트매체의 부담을 줄이려 마련된 도구는 실제 방송, 유튜브 제작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여타 미디어, 유튜브 채널 운영 공공기관 대상 판매가 추진돼 왔다.
AI 상용화를 염두에 둔 매체에 대해 세일즈보다 내부 관행, 비효율성 개선이 핵심이란 제언도 나온다. 지난해 기자 대상 업무지원 도구인 AI 검색 챗봇 ‘애스크동아’를 선보이고 CMS에 ‘국회 속기록 자동정리 및 요약’, ‘포털 [단독] 기사 목록 자동 제공’ 기능을 탑재한 동아일보, 최근 업무지원용 AI 검색 챗봇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한국일보 등은 내부용 AI 개발을 꾸준히 이어온 사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기존 업무 관행, 비효율성을 개선하려는 AI는 가능성이 있고, 판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 돼도 자체 개선에 활용하면 된다. 언론사에서 훌륭한 AI도 다른 업계까지 보면 이미 수많은, 더 나은 대체재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경쟁력이 있는지 고민이 사업화 추진에 필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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