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1시간 만에 83명 지원서 검토? "두명이라 쉬웠다"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서 공영방송 이사선임 '졸속 심사' 비판
'내란표현 자제' 언급 적절했느냔 지적엔 "언론 선배로서 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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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당일 KBS 이사 추천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강행한 이유가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졸속 심사라는 비판에는 국회가 나머지 3인의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라며 책임을 돌렸다.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취임 당일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 의결 건을 캐물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취임식을 하고 오후 1시에 회의 안건 보고를 받은 뒤, 오후 5시부터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부위원장 호선 △위원 기피신청 건 △KBS·방문진 이사 후보자 선정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등 의결 사항만 4건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진행된 시간은 100여분에 불과했다. 김태규 상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뽑고, MBC가 신청한 이진숙 위원장 기피신청을 기각하고, KBS와 방문진 이사 지원자 83명이 제출한 1600쪽 분량의 서류를 검토해 KBS 이사 7명, 방문진 이사 6명을 골라내는 과정에 걸린 시간이다. 이중 투표에 걸린 시간을 제외하면 “이사 선임 안건은 1시간 정도 처리했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후보자 1명당 약 0.7분(40여초), 1분에 서류 26장씩 검토한 셈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너무 졸속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최 의원 지적에 이진숙 위원장은 “만약 국회에서 상임위원 3명을 국회의 권한과 의무에 따라 추천해 줬다면 상당 시간 논의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태규 부위원장 한 명이라 상당히 논의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정원이 5명으로 국회 추천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대통령이 임명하며,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몫으로 임명됐다.

최 의원은 취임 당일 MBC와 KBS 이사 선임을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전임 김홍일 위원장 때 이미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한 계획이 의결됐고 행정 절차로 결격 사유나 이런 절차가 진행돼 있었다”며 “8월12일 방문진, 8월31일 KBS 이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기에 마땅히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 전까지 이사 선임을 못하면 방문진이 정지되냐는 물음에는 “어떻게 임기가 만료된 사람을 앉혀 두나. 정년퇴직자가 있으면 신입사원을 뽑아야지”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다른 날, 예컨대 8월5일도 아닌 왜 하필 그날이어야 했냐고 최 의원이 거듭 캐묻자 이 위원장은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7월31일 임명되자마자 졸속으로 MBC 이사를 선임한 건 방송을 장악하고 사장을 바꾸려는 목적이었다”며 “‘바이든-날리면’ 사태부터 MBC가 비판 언론이라 눈엣가시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월23일 탄핵 심판 기각 후 방통위에 복귀한 이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내란’ 표현 자제를 언급한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실을 찾아 복귀 소감을 전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내란’으로 “확정된 것처럼 하는 건 언론으로서 마땅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보도지침”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은 “언론 선배로서 얘기한 것”이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보도지침이라니 얼토당토않고, 현명한 기자들이 가이드라인이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의원은 “방송사 재허가 권한을 가진 방통위의 위원장이 그런 얘기를 하면 선배가 하는 말로 들리겠나”라고 반박하며, “본인은 보도지침 내리고 갑질한 건데 기자들 현명해서 걷어찬 거다. 이게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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