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 매출에 흑자도 불안... 그런데 왜 지역신문을 탐낼까
11일 '언론 사유화 방지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신문법 개정 토론회'
지역신문, 불로소득·자산증식 수단 전락... 신문법 개정으로 견제 나서
“지역 종합일간지 한 곳당 연간 매출액이 약 37억원 정도입니다. 한 번의 경영 실수로 흑자와 적자가 오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 거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역 일간지가 망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누군가는 인수하려 하고, 누군가는 계속 갖고 있으려 합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 사유화 방지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신문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이 같이 말했다. 왜 누군가는 수익성도 없는 지역 언론사를 계속 갖고 있거나 인수하려는 걸까. 김동원 위원은 “언론사를 인수하려는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불로소득으로 부를 얻으려는 계급”이라며 “신문 구독자인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을 통해 일종의 지대를 추구하면서 모기업의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지역 일간지를 소유하려 하고 있다. 한편으로 무형자산 획득, 또 사주 계급의 지위 세습을 위해서도 언론사를 갖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렇게 본다면 단순히 지역성, 공공성 때문에 지역 일간지를 살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 사회 불로소득 계급이 보여주고 있는 무리한 행태, 과시적 소비, 또는 지위재로서의 설정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신문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계원 의원실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사주가 왜 언론사를 인수하려는지, 최소한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기본 토대”라고 강조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26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신문사업자 등으로 등록하거나 지위를 승계해 관할청에 신고하는 이는 ‘편집·제작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계원 의원은 “매각 및 경영 파행 등이 언론을 상업주의로 내몰고 있고, 이 때문에 언론이 독자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에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오늘 논의될 신문법 개정안은 신문사 등록 사항으로 편집·제작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계획서 안에 편집의 독립성 보장 및 독자 권리 보호에 대한 사항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사장도 모르는 새 대주주 바뀌고... 자본 잠식 상태인데 매각도 안 하고
실제 사유화된 지역신문에선 언론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지영 언론노조 경인일보지부장은 “김동원 위원의 이론이 현실로 반영된 사례가 저희 회사 같다”며 “경인일보는 20% 내외의 주식을 가진 여러 주주들의 연합체로 구성돼 왔는데, 주주 몇 명이 레미콘 회사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지난해 2월 이사회를 불과 보름 앞두고 대주주가 등장했다. 심지어 사장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일이 이뤄졌고 저희가 어렵게 사주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는데, 지역 언론 상황이 안 좋으니 3년 임금 동결, 연봉제 전환 등을 제안해 10개월 정도 굉장히 대립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지영 지부장은 이어 “지난해 연말 사주가 다시 바뀌었는데, 바뀐 사주도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시행사로 아까 언급됐던 지대를 추구하는 곳”이라며 “이 시행사는 특이하게 경영 간섭도 안 하고 많은 투자를 약속해 실제 이행이 되고 있다. 다만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투자를 받고 경영 간섭을 안 하니 좋은데, 지배구조 자체는 건설 자본에 귀속되는 형태가 돼 언론 산업 종사자로서 과연 이 지배구조가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송이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도 “저희 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하고 있는 능인선원”이라며 “능인선원이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 2006년부터인데 16년 동안 발제자가 제시한, 불로소득 계급의 지역신문 소유 목적 대부분에 해당되는 일을 많이 벌여왔다. 저희가 가장 체감했던 부분이 바로 무형자산의 획득인데, 쉽게 말해 종교 관련 기관이 국제신문을 부산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지부장은 이어 “국제신문이 현재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운영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매각을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저희 회사를 놓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의 국제신문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제대로 공공재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선 사주의 자격을 검증할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하고, 그 차원에서 신문법 개정안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에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분적으론 손 봐선 안 돼"... 개정안 추진하되 새 틀 짜보자
다만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서 신문법 개정안 입법 취지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이 신문 등록제와 편집권 인식에 오해 및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개정안의 핵심 목적이 인수 목적이나 경영 계획의 공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오히려 언론사 매각이나 인수 시 일정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입법 외 민간 트랙에서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언론노조에서 추진했던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성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도 “현행 신문법은 2009년 개정 이후 대부분의 공적 규제 장치가 무력화됐다”며 “인수합병 사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 됐는데, 승계에 초점을 맞춰 법이 구체화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편집·제작운영계획서가 얼마나 효과를 미칠지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언론진흥기금이나 정부광고 집행 등 공적 지원 제도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장기적으로 지역신문 제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필요하고 이대로 가자”면서도 “지금 여러 논의를 보면서 판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지금의 룰을 부분적으로 손 봐선 될 상황이 아니라고 느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이든 아니면 법을 바꿔서라도 최선의 안을 같이 만들어 달라. 신문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의원도 “지역 언론의 편집권 독립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새 틀을 짜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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