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부패하고 무능하다며 비난하는 짜깁기 영상의 제작자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말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영상을 SNS에 공유한 시민은 비슷한 시기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틱톡에 ‘윤 대통령 양심 고백’ 영상을 올린 제작자를 지난해 11월1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힘 고발로 입건한 지 9개월 만이다. 경찰은 제작자의 자택에서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하며 정치적 배후가 있는지 강제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문제가 된 짜깁기 영상은 45초 길이로 원본은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가 발표한 TV 연설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렸다”고 비난하는 내용을 윤 대통령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처럼 편집됐다.
제작자는 영상에 ‘가상으로 꾸며본’ 문구를 넣어 풍자 영상임을 드러냈다. 틱톡 계정에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민 여러분께서는 윤 대통령의 횡포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하는 짜깁기 영상도 올라와 있었지만 경찰은 윤 대통령 영상만 문제 삼았다.
당시 경찰은 SNS에서 윤 대통령 영상을 공유한 9명도 입건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껏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아 ‘사회 혼란 야기’를 이유로 인터넷상에 퍼진 영상들을 삭제한 상태다.
경찰은 영상 공유자 가운데 한 명을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1일 성명을 내고 “풍자적 표현물은 의견이나 평가를 암시하는 허구의 내용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제작자와 다른 공유자들도 모두 무혐의 처분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보름 만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등 사건 처리에 의욕을 보였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제작자를 재판에 넘길지 판단에 주춤한 듯한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 검찰이 사건을 불기소 종결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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