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생산과 신문 제작을 분리하며 디지털 전환에 나섰던 주요 신문사들이 잇따라 통합뉴스룸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종이신문 자장을 극복하려는 처방에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이젠 업무 효율성 향상, 지면 강화에 나선다는 게 공통 판단이다. 국내 신문사 디지털 혁신의 주된 패러다임 중 하나였던 방법론이 시효를 다하며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18일 조직개편을 통해 통합뉴스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지면제작을 전담하던 콘텐트제작에디터가 폐지되고, 각 취재부서에서 디지털뿐 아니라 지면까지 담당한다. 각 부서에 보조에디터란 새 부장 자리를 만들고, 기존 지면 전담부서의 역할을 개별 부서들로 이관한 게 구체적인 방식이다. 1월16일자 중앙노보에 따르면 고현곤 편집인, 예영준 편집국장 등이 참여한 1월14일 중앙일보 편집제작 부문 타운홀 미팅에선 “‘디지털 퍼스트’라는 원칙은 그대로”, “기사의 정확성과 업무효율성을 제고해 지면 제작을 강화하겠다”란 취지가 설명됐다. “이제는 (지면 제작과 취재 부서를) 합쳐도 부작용이 없고, 디지털마인드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부연도 있었다.
2017년 첫 시행 후 국내 상당 주요 신문사들에 큰 영향을 끼친 디지털 전환 방법론을 8년 만에 중앙일보는 뒤집었다. 당시 “뉴스 1차 생산자인 기자가 지면 제작에 종속된 상황에선 디지털 전환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매체는 취재기자가 디지털 기사를 생산하고, 지면은 라이팅에디터가 재가공해 싣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어 (지면)편집파트를 편집인 산하에 놓고 편집국과 별개 편제로 놓는 조직 분리를 이행하고, 2019년엔 양 조직을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부턴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에서 편집국과 신문제작부서를 분리하거나 편집국 내 부서를 절반으로 가르는 변화가 잇따랐다.
2021년 6월 지면제작부서를 편집국에서 분리했던 경향신문도 2월 중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통해 신문국과 편집국을 다시 합친다. 경영진 요구에 따른 개편은 편집국장이 지면에 다시 강력히 관여하며 신문과 온라인, 영상 등 콘텐츠 전반을 총괄하는 변화를 전제한다. 기존 지면을 전담한 신문국 에디터들은 편집국으로 들어와 각각 복수의 부서를 관장하며 지면 제작을 주도하고, 이하 부장들은 ‘온라인 중심 콘텐츠 지휘 및 출고’를 맡는 식이다.
김준기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처음 분리는 관행을 바꾸려는 극약처방이었고 온라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신문 품질 저하를 감수한 변화였는데 다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영향력이 줄었다지만 종이신문은 경향신문 대표 상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편집국 생각이 달라 생기는 엇박자, 중요 사안에 대한 통합조정의 어려움, 책임 회피 등 부작용이 있었는데 신문을 기준점 삼아 각개약진이 아니라 조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6월 뉴스룸국과 신문국 분리를 했던 한국일보도 최근 “3월부터 양 국을 통합하려고 한다”고 밝히며 TF 구성에 나섰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사내메일에서 “뉴스룸국-신문국 체제가 철저히 신문 위주였던 구성원들 마인드와 일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며, 다만 이 체제가 지속된다고 해서 디지털화가 더 심화되고 촉진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분리를 통한 디지털화는 여기까지”라고 통합 의도를 밝혔다. 향후 대선 정국 발생 시 신문의 완성도, 온라인과 일관성 등을 거론하며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뉴스룸 국장 중심으로 보다 단순하고 일관된 지휘 및 의사결정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도 전했다.
도입한 모든 곳에서 우려, 부작용이 불거진 방식은 신문사가 종이신문의 강력한 자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 정도 ‘충격 요법’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퍼졌다. ‘분리’를 천명한 신문사 대표나 편집국장이 “종이신문으로 돌아갈 잔도를 모두 태워야 한다”, “신문의 짐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던 건 지면이 구성원의 사고, 업무방식, 가치판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이매체 이상의 지위였음을 방증한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어진 기조가 저물고 있다. 남는 의문은 이 신문사들이 당초 의도대로 디지털 전환의 한 국면을 넘었는지, 그간의 경험이 얼마나 유의미했는지 여부다.
신문사 한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콘텐츠 생산과 지면 제작을 분리했는지 아닌지는 사실 디지털 전환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디지털 전환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돌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기자와 조직에 축적된 경험치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 본다. 일선 기자들이 가장 크게 겪어온 변화는 디지털 전략부서, 나아가 수뇌부가 향후 방향과 철학,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발현이 돼야 성과나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회사의 가장 어려운 고민은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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