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가 최근 노조위원장을 기존에 없던 편집국장 직속 온라인팀으로 발령 내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구체적인 업무계획도 없이 부서를 신설하고, 이곳에 노조위원장을 홀로 발령 낸 것은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정당한 인사”라며 “경륜 있는 기자를 온라인팀으로 발령 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일보지부에 따르면 대구일보는 14일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김지혜 지부장을 편집국장 직속 온라인팀으로 발령 냈다. 신설된 온라인팀은 팀장 1명과 김 지부장 등 기자 1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는 지역 내 다른 언론사들이 6~9명 규모로 온라인팀을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구일보지부는 15일 즉각 성명을 내고 “대구일보 이후혁 사장과 최미화 편집국장 겸 이사가 인사권을 휘두르며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최미화 이사는 ‘신문 지면을 버릴 정도로까지 대혁신을 요구하는 사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온라인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인 업무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회사가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일보 노사가 지난해 8월 체결한 단협에 따르면 ‘회사는 지부 대표자에 대한 인사에 관해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조합원의 전보 시 최소 1일 전 문서’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부는 “사측은 단협에서 보장하고 있는 절차와 내용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최 이사는 인사에 관해 통보로 일관했고, 상호 통지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명백한 단협 위반이고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구일보 측은 이번 인사 발령이 정당한 조치라 맞서고 있다. 최미화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디지털 쪽이 정말 중요하고, 그래서 이것저것 경험해본 허리급 기자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팀이 새로 출발하면 여러 여건상 힘든데, 다양한 경험을 한 경륜 있는 기자가 했으면 좋겠다는 게 발행인의 인사에 대한 관이었다. 그래서 역할을 좀 맡아 주십사 인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인사와 관련한 절차도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권재현 대구일보 경영국 부국장은 “김 지부장이 부서장과 협의를 했고 최 이사와도 두 차례 협의했다”며 “단협상 문서 통지 관련 조항도 사내 게시판 공지로 갈음하기로 노사 간 구두 협의가 됐던 부분이다. 게다가 인사 발령일이 20일이라 괜한 오해가 안 생기게 15일 문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지부장은 이 같은 사측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부장은 “타사 디지털부서는 최소 6명 이상이 3교대로 근무하는데, 기자 1명만 보내놓고 구체적 계획도 없이 ‘맨 땅에 헤딩하라’는 식”이라며 “인사 협의도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다. 이번 인사 조치는 퇴사한 노동자의 퇴직금 관련 소송에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해준 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지적했다.
퇴직금 소송에 사실관계확인서 제출하자... 경위서 작성 요구
이번 인사 발령의 배경엔 퇴직금 소송 관련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김 지부장의 사실관계확인서 작성과 관련해 경위서 제출과 간부회의 참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김 지부장은 11월 중순 ‘대구일보는 신문이나 자체 간행물 확장 시 인센티브를 월급에서 지급해주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김 지부장은 “퇴사한 조합원이 요청했고, 사실이니까 그에 근거해 확인서를 제출했는데 사측에선 회사가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징계 사유는 안 되니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며 “그래서 경위서를 썼는데, 내용이 짧다는 이유로 또 간부회의에 참석을 하라고 하더라. 결국 녹취와 속기 및 참관인 1명을 대동하는 조건으로 6일 참석하기로 했는데, 돌연 10분 전에 이마저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9일 이후혁 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지부장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부장을 누가 맡고 있든 간에 퇴사자의 퇴직금과 관련한 사실관계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은 현재 대구일보에 재직 중인 노동자들의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지부장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이를 인정할지 말지는 법원의 영역이며, 거짓된 사실을 제출한 것이 아닌 이상 사측이 이를 문제 삼는 행위가 오히려 또 다른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일보는 지부 설립 후 단협 도중 김 지부장을 사회부에서 교육문화부로 인사 발령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행위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묻진 못했으나 지부장에 대한 인사 괴롭힘이며, 언론노조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한다. 지부장에 대한 인사 괴롭힘을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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