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분석, 데이터 정리…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내란사태 기획들

  • 페이스북
  • 트위치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체포 등 헌정 사상 유례없는 사태를 맞이하며 언론사들이 심층 기획보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 맥락을 분석하고, 인터랙티브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복잡한 내용을 알기 쉽도록 정리한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유료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계엄 사태의 함의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심층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란 제목 아래 수많은 특작 부대들이 왜 계엄 사태에 동원됐는지, 윤석열 대통령에 적용된 내란죄는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가지는지, 계엄 뉴스에 섞여 있는 허위조작정보는 무엇인지 등 뉴스의 행간에 담긴 실체와 뒷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최근엔 탄핵 심판의 주역인 헌법재판관 8인에 주목, 이들을 전격 해부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윤 대통령 수사 과정을 추적하는 심층 보도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민, 뉴스하다, 뉴스타파로 구성된 한국독립네트워크(KINN)는 ‘개와 늑대의 시간, 윤석열 내란 수사를 기록하다’란 제목의 특별 페이지를 통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진행 상황을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들이 그리는 그림이 ‘반역자 윤석열’ 단죄로 이어질지, ‘실패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없는’ 신기원을 열어낼지 기록하고 감시하기 위함이다. KINN은 최근까지도 수사 일지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이는 각 수사기관의 개별 동향을 따로 보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사의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스타파는 한 발 더 나아가 내란 동조 공직자들과 그들의 언행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 부역자는 기록된다’ 페이지를 통해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부터 주요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들의 면면 및 이번 사태와 관련된 공직자들의 망언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연다혜 뉴스타파는 기자는 “이전에도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독자 반응이 되게 좋았다”며 “지금 역시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데이터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이나 권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혹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인 안위만을 위해 하는 발언들을 망언으로 분류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행적은 경향신문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현했다. 경향신문은 ‘뛰어간 의원, 사라진 의원’이란 제목 아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과 대통령 탄핵안 등 주요 표결별로 국회의원들을 참여·불참, 찬성·반대 등으로 분류했다.


한편 계엄령 선포 당시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보도들도 눈에 띈다. 경향신문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를 통해 사태의 전조부터 계엄 당일까지의 모든 상황을 시계열로 정리했다. 특히 인물 간 관계도를 통해 지시체계와 정보 전달 과정을 도식화함으로써 비상계엄이라는 중대 결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뤄졌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오마이뉴스도 국회 건물 모형도를 활용, 현장성을 강화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파편화된 정보들을 모형도 안에 담아 12월3일 시간대별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재구현했다.

오마이뉴스는 또 ‘2024년 12월, 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켰나’ 콘텐츠를 통해 한겨울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을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제공하는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활용, 시민들의 촛불집회 참여 양상을 시간대별, 연령대별, 지역별로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는 경찰 추산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객관적 데이터로 민심의 흐름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종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전에도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기사를 내보내게 됐다”며 “사람의 감각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것이 맞고 틀린지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뿐만 아니라 대통령 관저에 동원된 경찰 상황 등 다양한 데이터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