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정치적 혼란과 심화하는 경제 위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등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 속에 언론사 대표들이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언론사 대표들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조직 혁신과 자원 효율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보가 23개 언론사 대표들의 신년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언론사들은 올해를 ‘생존의 기로’에 선 한해로 인식했다.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격변,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대표되는 경제 위기, AI로 대변되는 급격한 미디어 지형 변화가 예상되면서다. 특히 언론사 수익의 핵심인 광고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다수 언론사는 재정적 위기감을 토로했다.
김백 YTN 사장은 “방송광고시장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OTT 서비스의 급성장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전통적 방송사업자인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 역시 “우리의 주력 수익원인 광고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 구독료 삭감 등 여러 악재가 겹쳐 2년 전 19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영업적자는 이보다 훨씬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 언론사가 내놓은 해법은 ‘디지털 혁신’이었다.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은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될 것”이라며 AI 교열 시스템을 시작으로 번역, 검색, 팩트체크, 기사생성 AI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도 “올해 디지털 분야에서 플랫폼 개편, 통합 멤버십 구축, AI 서비스 확대 등 굵직한 과제들이 진행된다”며 새 플랫폼, 새 인프라에 맞게 구성원들이 발상을 전환하고, 행동을 변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언론사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안형준 MBC 사장은 ‘MOst267’이라는 스튜디오를 통해 K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고, 방문신 SBS 사장은 지난 몇 년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던 계열사 재편, 멀티스튜디오 체제의 완성을 언급하며 “지상파 SBS는 물론 드라마와 예능 스튜디오, PP채널, 디지털을 아우르는 통합 연결 관점의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백 사장도 AI CMS 도입을 천명하며 “단순한 시스템 교체가 아닌, YTN의 ‘멀티 시너지 전략’을 뒷받침할 핵심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조직 혁신’이었다. 연합뉴스는 “올해 조직 문화의 환골탈태를 위해 인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며 “평가 결과를 토대로 승진과 보직, 특파원, 연수 등 혜택을 엄격하게 차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도 4월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새로운 ERP에 걸맞게 인사 평가 기준과 성과보상 체계를 새롭게 개편하겠다”고 했다.
한편 자원 효율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김진오 CBS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한정된 자원을 핵심 분야로 이동시키겠다”며 집중화 전략을 제시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도 “계열사들의 실적을 관리하는 본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겠다며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고도화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신년사에선 혁신 전략 못지않게 언론 본연의 가치와 책무도 강조됐다. 특히 정치적 혼란기를 맞이하며 대다수 언론사가 정론직필과 공정보도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박장범 KBS 사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과 정치적 격변기 속에 공영방송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고, 안형준 사장은 “시청자들의 절대적 응원과 성원을 받고 있는 MBC 직원으로서 공영방송의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흐트러짐 없이 이행해야 하는 건 거역할 수 없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보도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서로 다른 주기의 공정이 복합적으로 돌아가는 편집국”을 만들겠다고 했고,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은 “진영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창의적으로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저널리즘”을 구성원들에 주문했다. 이는 언론사들이 기계적 중립이나 양비론적 보도를 넘어, 좀 더 공정한 시각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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