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산업, 매출감소·비용상승 이중고... 성장보다 생존 선택

한국언론진흥재단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
발행 부수 큰 폭 감소… 월간지 약 6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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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잡지를 발행하는 사업체들이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의 이중고를 겪으며 생존을 위한 역성장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잡지 발행 사업체의 총 매출액은 5315억원으로 이전 조사(2021년) 대비 21.1% 감소했다. 1개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억9600만원으로 21.5% 줄었다. 매출 구성을 보면 잡지 판매 수입이 209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광고 수입(1659억원), 콘텐츠 판매 수입(148억원) 순이었다.

잡지산업 연간 매출액 현황. (※단위: 백만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발행 부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3년 잡지 사업체의 호당 평균 발행부수는 3947부로 이전 조사보다 2597부가 줄었다. 특히 월간지의 타격이 컸는데, 호당 평균 발행부수가 5673부로 2021년의 57.9% 수준까지 떨어졌다. 격월간지(3971부)와 계간지(1682부), 연 2회 발행지(1821부)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지출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됐다. 잡지산업의 총 지출액은 466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주목할 점은 인쇄제작비가 전체 지출의 40%를 차지하며 이전 조사(35.0%) 대비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펄프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서 인건비(25.1%), 기사·콘텐츠제작비(16.5%)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 잡지업계는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매출 감소를 극복하려 노력했다. 사업체당 인쇄제작비는 8713만원으로 지난 조사 대비 22.1% 감소했고, 인건비와 유통비도 각각 21.4%, 16.8% 줄었다. 기사·콘텐츠제작비와 기타 지출액 역시 각각 16.8%, 40.0% 감소했다.

비용 절감 기조 속 정규직 감소하고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늘어나

비용 절감 기조 속에 잡지산업의 고용시장도 큰 변화를 겪었다. 2023년 전체 종사자 수는 6625명으로 지난 조사(6926명) 대비 301명이 감소했는데, 고용형태가 크게 변화했다. 정규직이 9.6% 감소하는 반면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는 각각 65.0%, 6.4% 증가해 고용 안정성이 악화됐다.

임금은 소폭 상승했다. 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227.6만원으로 전년 대비 8.2% 올랐고, 비정규직은 207.4만원으로 19.4% 인상됐다. 기자직 초임은 평균 218.7만원이었으나, 규모가 작은 사업체일수록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잡지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 비율은 44.2%로, 지난 조사(61.7%) 대비 17.5%p나 감소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향후에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44.8%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29.4%)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 계획이 없는 이유. (※단위: %) /한국언론진흥재단

온라인 전환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는 시스템 전환 비용(20.3%)과 추가 인력 비용(19.3%) 부담이 꼽혔다. 실제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 중 83.8%는 매출에 변화가 없었고, 1.9%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다만 연간 발행 부수 5만~10만부 이상 규모의 사업체에서는 26.2%가 매출 증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규모의 경제가 디지털 전환 성공의 관건임을 시사했다.

또 잡지업계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잡지 제작 및 유통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사업체는 8.9%에 불과했다. 이는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70%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의 언론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규모 발행사들이 오히려 생성형 AI 수용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AI 활용 경험이 있는 124개 사업체 중 90.6%가 발행잡지가 1종인 소규모 업체였는데, 이는 생성형 AI 기술이 잡지 제작에 소요되는 고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주로 취재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검색, 문장 교정과 교열, SNS 디자인 등 초급 인력 대체 용도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반면 대규모 업체들은 이미 전문 인력이 있고 AI 결과물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잡지업계가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속에 성장보다는 생존을 선택하는 역성장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난 2년 동안 국내 잡지업계는 쇠퇴기 산업에서 볼 수 있는 변화를 겪어왔다. 잡지산업의 침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나, 이번 조사 결과는 잡지업계 전반에서 발행종수와 부수를 줄이고 정규직 대신 위탁 외부 인력을 사용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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