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한 것은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이 위법하다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온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9일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방통위의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방통위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2023년 8월2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해임 사유로 △MBC 및 관계사의 경영 손실을 방치한 관리·감독 의무 소홀 △MBC 사장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등을 들었지만 권 이사장은 해임 과정 내내 “방통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임 사유로 삼았다”며 반발했다.
결국 권 이사장은 그해 9월11일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치 신청을 냈고, 이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20여일 만에 복귀했다. 이후 항고와 재항고에서도 거듭 승소하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권 이사장과 함께 김기중 방문진 이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를 여권 인사로 채워 방문진의 여야 구도를 5대4로 바꾸려던 방통위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방문진 여야 구도가 바뀌면 MBC 사장 해임이 가능해지고,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올 수 있게 된다.
권 이사장은 이날 승소 후 입장문을 내고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그 당연한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MBC가 오늘 이 순간까지 ‘권력에서 독립한 공영방송’으로 살아남아 국민 여러분이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는 방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집행정지 결정에서부터 이번 본안 소송에 이르기까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판단해준 법원도 한몫을 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법원이 언제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판단해주지는 않았다. 그런 법원을 믿고 윤석열 정부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을 폭력적으로 교체하고 MBC를 비롯한 비판언론에 무더기 제재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용기를 내 주실 것을, 그리하여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의 단단한 버팀목으로 굳건하게 버텨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마지막으로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심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 그것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언론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헌법질서를 유린해온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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