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제23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17일 “지난 세월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에 저항하며 자유언론의 정신을 지킨 것은 언론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도 사회 현안에 비판의 날을 세우며, 현역보다 더 곧은 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동아투위의 저항과 헌신이 없었다면 현대언론사는 얼마나 보잘것없으며, 정론직필이란 말이 얼마나 허망할까 생각해 본다”며 “이들은 수십 년간 신념대로 살 수 있다는 모범을 보였고, 이는 살아 있는 언론정신이고 언론계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부연했다.
심사위는 선정 배경으로 “‘언론인의 지사적 자세’에 주목했다. 매체와 기자는 넘치지만 참다운 언론인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 지사형 언론인상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언론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대중은 뜻있는 언론인을 더 갈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사적 자세는 권력 앞에서 더더욱 필요하다. 언론이 권력감시라는 본령을 게을리할 때, 민주공화정은 위기에 놓인다는 것을 ‘12·3 비상계엄 사태’는 여실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을 언급, “청암 선생님,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른 동아투위, 조선투위와 80년 해직언론인들, 그리고 전·현직 언론인들이 국민과 함께 언론자유의 새 장을 열게 됐다”며 “상을 고사했지만 선생님의 유지를 따라야겠다는 뜻으로 수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시 여명이 밝아오는 시기에 송건호언론상을 동아투위가 받게 되어 기쁘다”며 “후배 언론인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로 남지 않도록 여생을 잘 살겠다”고도 했다.
동아투위는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신동아, 여성동아 기자들, 동아방송 PD와 아나운서 등 150여명이 외부 간섭 배제, 기관원 출입 거부, 언론인 불법연행 등 요구사항을 명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 등을 동원해 광고탄압을 가했지만 각계각층의 격려 광고가 밀려들자 사주에게 압력을 가했다. 이후 동아일보는 1975년 3월10일부터 자유언론실천 선언 주역들을 해직하거나 징계했고 같은 달 17일 괴한 200여명을 편집국에 난입시켜 폭력으로 몰아냈다. 회사에서 밀려난 기자들은 이날 오후 신문회관(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송건호언론상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2002년 제정돼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언론인의 정도를 지켰던 고 청암 송건호 선생의 뜻을 기려 민주언론창달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에 시상돼 왔다. 시상 시기는 매년 12월이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0만원, 2종의 송건호 전집·평전 등 도서 2종이 수여된다. 동아투위의 송건호언론상 수상은 이번이 두 번째(제5회, 제23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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