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빠진 언론사 AI 도입…"장기적 목표·비전과 연계해야"

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 세미나
생성형 AI 활용 경험 있는 언론인 응답자 62.2%
각 언론사·언론단체 명확한 AI 사용 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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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언론계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각 언론사와 언론단체가 명확한 AI 사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월29일 서울 중구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저널리즘의 만남: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선 AI 시대, 언론인의 역할이 저널리즘 원칙과 윤리를 기반으로 재정립될 것이라며 이에 관한 뉴스룸의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월29일 서울 중구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인공지능과 저널리즘의 만남: 현재와 미래’ 세미나가 열렸다. /강아영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AI 사용과 관련해 저널리즘 품질 저하, 베끼기 기사 증가 등 여러 우려가 있지만 결국 기술적인 측면보다 뉴스룸의 철학적, 윤리적 과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리적으로 AI를 써도 되는지 뉴스룸에서 한 번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경영적 판단, 또 구성원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AI가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엔 “인간 기자가 살아남기 어렵지만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답하며 “올해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서 언론사 경영진들에게 뉴스와 저널리즘의 차이를 물었더니 맥락과 솔루션이 제공되는 게 저널리즘이라고 판단했다 하더라. 뉴스는 AI가 전달할 수 있지만 저널리즘은 인간 기자밖에 할 수 없고, AI는 취재 및 기사작성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업무 중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언론인이 62.2% 수준인데, 알아서 하라고 하면 기자들이 굉장히 저급한 수준으로 AI를 쓸 수밖에 없다. 일단 언론사가 AI 활용 기준을 좀 만들어줘야 한다”며 “각 언론사가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사용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하는 등 내부 점검을 해야 한다. 또 언론단체도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언론사에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토론자들도 AI가 언론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강조했다. 박희문 부산MBC 선임기자는 “AI를 이용해 뉴스를 커버할 수 있겠지만 저널리즘은 AI로 커버한다기보다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다만 구성원들이 ‘제로섬’ 내지는 ‘마이너스섬’의 시각으로 AI를 바라보는 것 같다. 좀 더 큰 틀에서 ‘플러스섬’이 될 수 있다는 차원으로 AI를 바라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배여운 SBS 기자도 “지금 언론사 기자들이 많이 쓰는 방식은 도구로서의 AI인 것 같다. 저희 보도국 내에서도 많이 쓰고 있고, 실제 합리적으로 AI 기술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AI를 공부하고 저희 업무 환경에 녹여내기 위한 경험을 하다 보니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기사 제작을 위한 도구로선 활용해도 되겠지만 그게 기사의 앞단에 존재를 하면 안 될 것 같고, 지금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AI 리터러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뉴스룸이 AI 기술을 이용해 향후 무엇을 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AI를 언론사에 도입하고 흔히 하는 기대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거라는 데 있다”며 “그런데 사실 효율성을 높여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으면 그 시간에 심층 취재를 한다는 식으로 목표를 제시해야 구성원이나 이용자 입장에서 AI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늘 그런 조직 목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현우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도 “AI 도구가 저널리즘 품질 향상이나 혁신이 아니라 주로 할당된 기사 양을 채우는 데, 또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비용을 줄이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며 “언론인들과 인터뷰를 하면 단순 반복 작업을 AI가 하는 동안 기자들은 좀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방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다. 조직 차원에서도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조직 혁신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 비전과 연계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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