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국내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7일자 신문에서 1면을 비롯한 주요 지면과 오피니언면 사설 등을 할애해 선거 결과와 개표 과정, 당선 배경, 향후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다뤘다.
이날 서울신문은 트럼프의 사진을 1면 전면에 사용한 편집을 선보였다. ‘트럼프가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 대선에서 압승하며 4년 만에 백악관 귀환에 성공했다”면서 “5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위주 통상정책, 동맹의 방위비 부담 압박 등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글로벌 지구촌을 다시 한번 요동치게 할 전망”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의 잇단 도발로 안보 위협이 고조된 한반도는 한층 불확실한 외교안보‧통상 대미 외교를 마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요 종합일간지 전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 승리 후 모습을 담은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각 신문사의 1면 톱 기사 제목은 <“미국의 모든 것 고치겠다”…트럼프의 귀환>(경향신문), <다시 돌아온 트럼프…“모든 것을 고치겠다”>(국민일보), <더 강해진 ‘트럼프 폭풍’ 몰려온다>(동아일보), <돌아온 트럼프 “美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세계일보), <돌아온 트럼프 더욱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조선일보), <4년 뒤흔들 '트럼프 태풍' 다시 온다>(중앙일보),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가 돌아왔다>(한겨레),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 돌아오다>(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7명을 확보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따돌렸다. 개표 내내 해리스 후보를 앞질렀으며 초접전으로 예상됐던 7개 경합주 승부도 쉽게 끝냈다. 한국일보는 “트럼프의 승리는 인플레이션(고물가), 불법이민 급증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의 결집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는 박빙이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여전히 존재했고, 흑인 여성 후보였던 해리스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적었다.
세계일보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4년 만에 탈환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상원 선거가 진행된 곳 중 네브래스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주 등에서 승리하며 전체 100석 가운데 최소 52석을 확보했다. 하원에서도 공화당은 현재 196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권력이 상하원 모두 공화당으로 넘어가며 미국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조선일보는 6일 오전 2시30분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트럼프가 승리 선언을 하는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해당 보도에서 트럼프는 “오늘은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나라의 통제권을 다시 찾은 날로 기억될 것입이다. 나는 우리나라를 치유할 것이고, 국경을 포함한 우리나라에 관한 모든 것을 고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기사에서 이번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내년 1월 공식 취임하면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 이후 132년만에 재임 중 재선에 실패했다가 다시 집권한 ‘징검다리’ 재선 대통령이 된다”며 “내년 취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는 총 4건의 형사 기소와 일부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최고 권력에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오 일간지 1면에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소식과 함께 앤디 김 뉴저지주 하원의원이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소식이 담겼다. 동아일보는 “김 의원은 5일(현지 시간)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커티스 바쇼 공화당 후보 등을 제치고 당선됐다”며 뉴욕타임스를 인용, “이민자의 아들인 그가 취임 선서를 하면 연방 상원의 첫 한국계 미국인 의원이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아울러 여러 변화가 예고되며 신문 사설에선 안보, 경제 등 면에서 한국 정부가 대비해야 할 지점을 언급한 경우가 많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곤혹스러워졌다. 윤 정부는 가치외교를 내걸고 바이든 정부의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대결 구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맨 앞에 섰기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부담액을 더 많이 지불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는 1기 때처럼 북한 김정은 정권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 와중에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6일에도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성과를 자랑하며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바탕을 둔 가치 외교에 기반해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간 것을 그중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시대에는 이러한 경직된 이념 지향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 정부의 ‘가치 외교’에 따라 곤경에 빠진 현실을 거론하며 “2기 트럼프 행정부까지 자국의 국익만을 내세우며 도를 넘는 압박을 가해온다면 한국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며 “지난달 초 합의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나 윤석열 정부가 최대 외교 치적이라 내세우는 ‘워싱턴 선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대결에 나서고, 중국과 갈등을 이어가는 건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안보, 경제의 영향을 각각 다룬 2개의 사설을 냈다. 이날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는 한국 등 대미 흑자국을 향한 노골적인 통상 압력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재정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주 유입 축소 등으로 미국 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되돌리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약속을 믿고 과감하게 현지 투자를 감행한 한국 기업으로선 황당한 상황” 등 문구를 통해 중앙일보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