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밥'이거든요, 안 먹으면 안 되는"

[인터뷰] '100세 시대 건강법' 6년 연재
양종구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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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란 무엇인가. “움직이는 건 인간의 본능”이고 살아있다는 증거다. 반면 “건강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도 의미가 없다.” 사실상 ‘100세 시대’가 된 현재, 운동은 한 개인을 넘어 사회의 건강함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전제 조건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건강 전문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서 “운동은 밥”이다. “운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지닌 기자는 이 같은 생각으로 현재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연재를 하고 있다. 벌써 만 6년째다.

연재 <100세 시대 건강법>을 6년 째 이어오고 있는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건강 전문기자(오른쪽)가 2023년 5월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를 인터뷰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스티븐스 전 대사는 평생 자전거를 즐겨왔고, 인터뷰 당시 70세의 나이에도 사이클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재는 그간 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의 운동법, 인물 면면을 소개하며 큰 반응을 얻어왔다. /동아일보 제공

지난 5일 인터뷰에서 그는 “운동으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해 따라하게 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이만큼을 하게 됐다”고 했다. “평생 스포츠 전문기자라고 생각했지 건강 전문기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꽤 많은 분들이 기사를 봐주고 사회적으로 100세 시대 건강 얘기가 나올 때면 자부심도 느낀다. 스스로 운이 좋은 기자라 생각한다.”


2018년 8월4일 동아닷컴 디지털 연재로 첫선을 보였다. 입사 동기인 당시 디지털뉴스팀장이 막걸리를 먹다말고 스포츠 전문 콘텐츠를 써 달라 제안했다. 마침 ‘100세 시대를 맞은 교육·의료 시스템, 정년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말하는 해외 저자 책을 읽고 “난 뭘 할 수 있지?” 고민하던 그는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 해 운동 방법과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를 말했다. “그런데 바빠서 못 하겠다”, “지금 안 쓰면 못 쓴다” 등 실랑이가 오가다 넘어간 게 연재의 시작이었다.


1호 기사 ‘“아버지가 돌아가신 51세를 넘기는 순간…나는 페달을 밟았다”’가 나가고 놀랐다. 사이클 마니아인 일반인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네이버에서 50만 뷰를 기록했다. 당시 기준으로 이 수치는 특별한 이슈가 아닌 건강 기사로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특히 ‘“어머니 돌아가신 뒤 무작정 걷기 시작…35kg 감량했어요”’(204만 뷰, 2021년 8월), ‘“말기암 판정 2개월 만에 완치…맨발 걷기가 기적 만들어”’(165만 뷰, 2022년 9월)처럼 운동으로 자신의 삶을 바꾼 인물을 다뤘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52세 아들에 26세 큰 손녀를 둔 임종소씨가 특히 기억난다. 2019년 당시 75세인 할머니가 1년 넘게 근육운동을 해서 몸에 생긴 변화를 설명했는데 BBC, ARD 등 국내·외 방송에서 연락처 요청이 잇따랐다. 괜찮은 육상·축구 전문기자라 자부했지만 아무리 써도 타사 기사에 묻히는 경험을 해왔는데 이건 나만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나만의 콘셉트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특히 좋았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모바일 페이지 캡처.

연재는 초기 주 단위로 나오다 현재 2주 연재, 1주 휴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됐고, 2023년 초 동아일보가 디지털 콘텐츠 주간 편성표를 공개하며 여러 연재물을 요일·시간대별로 배치했을 땐 1차로 편성되기도 했다.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하는 법’을 다룬 일부 기사가 200만~326만 뷰를 올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론 운동법보단 ‘사람 얘기’, 스포츠 중에선 ‘근육운동’에 대한 콘텐츠 수요가 크다는 걸 알게 된 과정이었다. 포털 알고리즘 변경 후 전반 조회 수가 감소하는 일도 겪었다.


특히 일반인 대상 한 인터뷰 연재물로서 고민은 상시적이다. “동아마라톤을 취재하며 보디빌딩 코치아카데미를 하는 분 등을 만난 인연이 섭외에 큰 도움이 된다. 마라토너들은 울트라마라톤, 철인3종, 트레일러닝을 할 때도 많아서 자연스레 다른 종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겐 운동 관련 질문 몇 가지를 묻고 나면 말이 끊길 때가 있다. 딴 얘기로 돌아돌아 어떻게 살아온 어떤 사람인지를 뽑아내는 게 늘 쉽진 않다.” 그렇게 250여명의 인터뷰이는 큰 자산이 됐다. “2020년 말 코로나 시기, 100여명을 인터뷰했을 때 오프라인 강연을 마련해 20여명이 참석했다. 데스크를 맡아 엄두를 못 내는데 언젠가 인터뷰한 분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꾸릴 고민도 하고 있다. ‘적극 돕겠다’는 분들이 꽤 있어 최소 100명은 참여해 주시리라 본다.”


1996년 세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하고 2000년부터 동아일보에 몸담아온 1969년생 기자는 경력 대부분을 스포츠부에서 보냈다. 돌아보니 모두 건강 전문기자를 위한 준비 기간이었나 싶다. 중·고등학교 때 육상선수로 활약했고, 대학에선 스포츠 과학을 전공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스스로 ‘운동 마니아’여서 1990년대 말부턴 마라톤을 해왔고 보스턴(2004년), 베를린(2008년), 뉴욕(2009년)을 뛰었다. 여전히 일주일에 4~5일은 걷거나 뛰고 1번은 근육운동을 하려 한다. 주말엔 집 근처 산을 헤매고, 평일 술자리 후엔 한 시간씩 걸어 집에 가는 게 일상이다.


“결국 학교 체육이 바뀌어야 하지만 일단 건강한 사회를 위해 조금이나마 일조한다는 보람이 크다. 제가 인터뷰한 분들은 ‘운동을 밥 먹듯 한다’고 표현했다. 밥을 안 먹으면 죽는데 운동도 마찬가지니까 뭘 하든 일단 운동을 세팅해두고 움직이는 거다. 다양한 운동을 소개하지만 시간이나 준비물을 고려할 때 전 달리기를 추천한다. 힘들면 걸으면 된다. 기록이 아니라 꾸준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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