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덕질'이 이끈 한국행… "다양한 세계 알아보고 싶어"

[외국인 기자들의 한국살이]
황 프엉 리 아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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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관심 분야에 심취해 파고드는 일)’은 인생을 바꾼다고 했던가. 적어도 황 프엉 리 아주경제 기자에겐 맞는 말일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나고 자란 황 기자는 중학생 때부터 케이팝(K-POP)을 좋아했다. 특히 빅뱅의 지드래곤을 좋아했는데, 그의 랩을 알아듣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정도였다. 그렇게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은 2017년 한국에서의 석사 과정으로 그를 인도했고, 황 기자는 신문방송학과를 다니며 자연스레 저널리즘에 눈을 뜨게 됐다. 운이 좋게도 그 즈음 아주경제에선 베트남 기자를 모집했고, 그는 세 번의 필기 및 면접과 6개월간의 인턴·수습 기간을 거쳐 2020년 정식 기자가 됐다.

“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제가 한국어를 배운 이유가 지드래곤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웃음) 케이팝 그룹 중에 지금까지 좋아하는 가수도 빅뱅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어떻게 한국 신문사에 취직하게 됐는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베트남에선 ‘때때로 사람이 직업을 고르지 않고 직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참 맞는 것 같습니다.”


직업이 사람을 선택해서일까. 기자라는 직업은 그의 적성에도 잘 맞았다. 어렸을 때부터 읽기와 쓰기, 또 사람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는데, 업무 대부분이 그런지라 흥미롭게 일할 수 있었다. 황 기자는 현재 아주경제 산하 아주프레스에서 베트남어 웹사이트를 담당하며 한국 기사를 종합해 올리고 있다. 단순히 번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사를 종합하고 추가 취재해, 새롭게 기사를 쓰고 있다. 때때로 직접 현장에 나가 취재도 한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표자들, 또 한국 내 베트남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주로 인터뷰합니다. 베트남인 커뮤니티에서 하는 행사 같은 경우엔 가끔 한국어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해요. 인터뷰를 할 땐 인터뷰이의 일과 회사, 미래 계획에 대해 듣고 기사로 전달하는데 정말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 그런 것 같아요.”

물론 힘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를 전공했지만 언어의 장벽은 높아, 전문 용어나 한국에만 있는 표현을 베트남어로 옮길 땐 매번 골머리를 앓는다. 한국어로 기획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로 된 통계와 그래픽을 찾고, 200자 원고지 15~30매 분량의 긴 기사를 한국어로 쓰는 일은 외국인인 그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다만 황 기자는 다국어부 선배들과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기사가 멋지게 편집돼 신문에 실린 것을 볼 때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황 기자는 현재 서울에서 홀로 살고 있다. 고향인 하노이와 가족이 그립지만 비행기 표 값이 부담스러워 1년에 한 번 정도 베트남을 찾고 있다. 그는 “아직은 더 많이 여행하고 탐험하고 싶은 나이라 생각보다 집이 많이 그립진 않다”며 “다만 어디를 가든 하노이가 항상 곁에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손목에 ‘하노이’라는 글자를 문신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결국 마지막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황 기자는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이 크다. 운 좋게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었기에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꼭 또 다른 나라를 체험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요즘 태국 가수 제프 사투르에 푹 빠졌거든요. 그래서 태국어를 배울 생각이 있는데, 덕질이 제 취미 생활이자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웃음) 한국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뒤엔 기회만 있다면 태국 같은 나라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종착지는 베트남에서 기자를 하고 싶지만 그 전까진 마음을 열고 다양한 세계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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