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여론조사] 77%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잘못돼"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특집]
정치·사회 현안 및 대언론소통
기자 87% "윤석열 정부 언론소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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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기자 10명 중 8명가량은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과의 소통 역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87%를 넘으며 1년 전 조사와 비교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7월19일부터 28일까지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현재(7월12일 기준)까지 총 15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에 77.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 50.2%, ‘잘못하는 편이다’ 26.8%의 응답에 견줘 ‘매우 잘하고 있다’(4.9%) ‘잘하는 편이다’(10.9%)란 긍정 평가는 15.8%에 머물며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역별로 보면 ‘제주’(100%), ‘강원’(82.9%), ‘전라권’(81.9%), ‘서울’(77.9%) 기자들의 부정 평가 비율이 높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적었던 ‘경상권’ 부정 평가는 68.6%였다. 언론사별로는 ‘서울소재 지상파 방송사’(90.9%), ‘지역소재 지상파 방송사’(85.1%) 기자들의 부정 평가 정도가 높았다. 부정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전국종합일간지’(72.9%), ‘종편채널/보도채널’(73.0%)도 7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개인 정치성향별로는 진보의 96.5%, 중도 79.6%가 부정 평가를 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긍정적 응답(50.0%)이 부정적 답변(36.5%)보다 많았던 경우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기자 그룹이 유일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평가한 기자들(873명)은 그 이유(중복응답)로 ‘거부권의 과도한 남용이라서’(61.5%), 이어 ‘대통령의 독재적 행보라서’(4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대통령이 삼권분립 취지를 위배해서’(27.7%), 이어 ‘총선 민심을 반영치 못해서’(21.3%), ‘정치권 갈등이 심화해서’(10.5%) 순이었다. 반면 거부권 행사가 타당했다는 기자들(179명)은 ‘일방적 입법에 대한 방어라서’(55.9%), ‘야당이 삼권분립 취지를 위배해서’(41.3%)를 선택했다. 그 외 ‘대통령의 적법한 권한이라서’(33.5%), ‘논란이 많은 법안이라서’(29.1%), ‘총선 후 거대야당 견제가 필요해서’(14.0%)가 뒤를 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소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물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51.5%)와 ‘잘못하는 편이다’(35.8%)를 합쳐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87.3%였다. 그 외 긍정평가가 7.9%, ‘잘 모르겠다’ 4.9%였다. 2023년 여론조사 당시 동일한 질문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85.1%, 잘하고 있다는 비율은 9.9%였다. 지난 1년 사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 소통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별, 지역, 언론사 유형, 직위, 연령 등 대다수 구분에서 10명 중 9명가량 기자들이 부정 평가를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88.7%)과 ‘전라권’(93.1%), 언론사별로는 ‘뉴스통신사’(95.1%)와 ‘지역소재 지상파방송사’(93.6%) 기자들의 비판적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직위별로는 ‘부장/부장대우’(91.9%), ‘차장/차장대우’(87.4%), ‘평기자’(86.7%)의 부정 평가가 높았고,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기자들 63.0%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했다. 정치성향이나 사안별 가치판단보다 실제 매일의 업무나 실무와 더 관련 있는 영역으로서 대다수 기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소통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자 직업 만족도 미세 상승… 40% "만족", 28% "불만"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특집] 기자 여론조사 / 직업 만족도

‘기자라는 직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문항에 응답자 40.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한다’는 28.2%, ‘보통’은 31.3%였다. 2019년 52%, 2020년 46.4%, 2021년 43.3%, 2022년 42.8%, 2023년 39.4% 등으로 지속 하락한 만족도는 올해 미세하게 올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근무 기자들의 만족, 보통, 불만족 비율이 각각 41.4%, 29.5%, 29.1%였다. ‘경기/인천’은 불만족 비율(35.0%)이 가장 높으면서 동시에 만족 비율(45.0%)도 높은 지역이었다. 직위별로 봤을 때 ‘평기자’는 불만족 응답(33.3%)은 가장 많으면서 만족 응답(35.4%)은 가장 적은 쪽이었다.

이직이나 전직을 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엔 34.8%가 ‘있다’고 답했다. ‘없다’는 31.2%, ‘반반’이란 응답은 34.1%였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40.0%), 언론사별로는 ‘경제일간지’(41.7%)와 ‘경제방송사/케이블채널’(46.2%), 부서별로는 ‘소셜미디어/디지털뉴스부’(47.5%)의 이직·전직 의향이 높았다. 높은 이직 의향은 ‘평기자’(45.2%)와 ‘30대’(45.7%)에서도 함께 나타났다.


이직·전직 의향이 있는 기자들이 다음 직장으로 가장 많이 꼽은 곳은 ‘타 언론사’(20.5%)였다. ‘자격증을 지닌 전문직’(15.9%), ‘일반 기업’(15.8%), ‘대학이나 연구직’(11.4%),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10.1%) 순이었다.


기자들 사기가 최근 1~2년 새 저하됐다는 응답은 88.0%였다. ‘매우 저하됐다’(45.6%), ‘저하된 편이다’(42.4%)로 나타났다. 사기가 상승했다는 답은 0.9%에 불과했다. 사기가 저하된 이유(중복응답)는 ‘낮은 임금과 복지’(65.1%)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외 ‘기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55.3%),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45.6%), ‘과중한 업무량과 노동 강도’(42.7%), ‘업무를 통한 성취감 및 만족감 부재’(41.2%), ‘미래에 대한 불안’(39.6%) 등도 골고루 선택됐다.

기자 15% "1년 새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직간접 경험"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특집] 기자 여론조사 / 성평등 의식

동료 여성기자를 남성기자들이 카톡방에서 성희롱한 사건이 최근 벌어지며 큰 파장이 있었던 가운데 언론계 성폭력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항목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기자협회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생활에서 성희롱·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15.0%가 ‘있다’고 답했다. ‘카톡방 성희롱 사건’ 등이 언론계에서 이례적이지 않은, 현실임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성별로는 ‘여성’(30.2%), 언론사별로는 ‘경제일간지’(22.6%)와 ‘경제방송사/케이블채널’(23.1%), 부서별로는 ‘경제/산업부’(26.0%), 직위별로는 ‘평기자’(23.1%), 연령별로는 ‘만20대’(27.5%)와 ‘만30대’(23.2%) 응답 비중이 높았다.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구체적인 방식으론 ‘외모평가 및 성적 농담(자신이나 동료 또는 제3자 대상)’(82.4%)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응답자 170명 중 남성의 75.8%, 여성의 86.5%가 이 항목을 선택했다. ‘신체접촉을 통한 불쾌감’(30.0%), ‘성적평가를 포함한 부정적 소문 유포 행위’(18.8%), ‘통상을 넘는 사생활 관심 및 스토킹 행위’(17.6%)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경험에서 주된 가해자가 누구였는지 질문에 응답자의 58.8%가 ‘회사 임원 또는 상사’라고 답했다. ‘취재원이나 취재 대상 등 업무 관련 제3자’(18.8%), ‘소속사 동료 또는 후배’(15.3%), ‘타사 동료’(7.1%) 순이었다. 특히 주된 가해자로 ‘회사 임원 또는 상사’를 꼽은 비율은 ‘차장/차장대우’(84.0%)에서 ‘평기자’(55.3%)보다 높게 나타났다. 평기자가 대내외 여러 곳에서 겪는 성희롱·성폭력과 비교해 차장·차장대우는 회사 안에서 문제를 겪을 소지가 더 커지는 현실이 드러난다.


소속 매체의 전반적인 성평등 의식, 성폭력 대응 및 예방제도 마련 수준에 대해선 ‘보통’(36.1%)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높은 편(긍정)이라는 평가는 35.8%, 낮은 편(부정)이라는 답은 28.1%였다. 다만 여성과 남성기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대응 및 제도 마련 수준에 대해 여성기자들의 부정 및 긍정 평가는 각각 43.9%, 22.7%였지만 남성 기자들에게선 21.2%, 41.6%로 뒤집혔다. 종합적으로 ‘여성’, ‘낮은 직위’, ‘어린 연령’에서 소속사의 성희롱·성폭력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게 나타난 조사로 볼 수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기자협회보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 1만1496명 가운데 문자 발송에 성공한 1만1447명을 대상으로 7월19일부터 28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9.9%(응답자 1133명)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2.9%p다.


이번 조사에선 회원들 소속 언론사 유형, 지역별 비중 등에 대해 기자협회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자가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회원별 집계가 어려운 성별, 직위 항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발간한 ‘2023 한국의 언론인’을 참고했다.


이번 조사 응답자 성별은 남성 69.6%, 여성 30.4%로 언론재단 조사결과(남성 68%, 여성 32%)와 유사했다. 직위별 분포는 부장대우 이상이 29.7%, 차장 이하가 70.3%로 이 역시 언론재단 수치(부장대우 이상 26.7%, 차장 이하 73.3%)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사 유형별로는 전국종합일간지 19.2%(실제 회원 비율 17.4%), 지역종합일간지 22.8%(20.0%), 경제일간지 17.6%(16.4%), 뉴스통신사 9.1%(9.1%), 서울소재 지상파방송사 2.9%(5.7%), 지역소재 지상파방송사 4.1%(6.2%), 종편채널/보도채널 6.5%(9.1%), 경제방송사/케이블채널 1.1%(1.3%), 라디오방송사 1.3%(1.8%), 인터넷언론사 10.6%(7.0%), 스포츠/외국어/전문/주간/월간 등 기타 4.7%(6.0%)로 집계됐다. 응답자 지역별 분포는 크게 서울 64.6%(실제 회원 비율 71.2%), 지역 35.4%(28.8%)다. 지역 권역별로는 경기/인천 5.3%(4.7%), 경상권 12.4%(9.0%), 전라권 6.4%(7.0%), 충청권 6.6%(4.5%), 강원 3.6%(2.2%), 제주 1.1%(1.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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