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보도 관련 손배소 일부 패소한 기자들 인사위 회부… 구성원 반발

노조 "외부 잣대로 자사 보도 평가? 비판보도 심히 위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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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취재기자 4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와 관련한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으니 인사위서 징계 여부 등을 심의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일보 내부에선 소송에서 완승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2년 전 이슈&탐사팀에서 일한 기자 4명을 23일 인사위에 회부했다. 이들 기자가 2022년 5~6월 지면 7회, 온라인 12회에 걸쳐 내보낸 <우리만 몰랐던 상담시장 X 파일> 시리즈 중 한 기사가 ‘허위사실’이라며 손배소를 당했는데, 최근 항소심서 일부 패소해서다. 당시 기사에 등장한 심리상담사는 2022년 11월 취재기자 4명과 대표이사에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듬해 중순 법원은 국민일보에 700만원의 배상액을 명했다. 국민일보 측은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으나 지난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국민일보 홈페이지 첫 화면.

국민일보는 취업규칙 징계 부문 13조 3항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업무상 장해 또는 분쟁을 야기 시키거나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를 근거로 이번 인사위를 열었다. 국민일보 관계자는 “저작권이라든지 손해배상과 관련한 소송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꼭 징계를 하겠다기보다 팩트 파인딩과 관련해 경각심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편집국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설명 또는 주의 정도로 마무리할 것인지, 인사위를 열어 절차적으로 따져볼 것인지 의견들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론 피소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취재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자고 결론이 났다. 만약 징계를 하더라도 구두 경고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와 한국기자협회 국민일보지회는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회사의 인사위 개최를 강하게 규탄했다. 구성원들은 “기자의 취재와 보도를 일차적으로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회사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일부 하게 됐다고, 편집국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기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려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백번 양보해 ‘기사를 내보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라면 시스템을 재점검할 문제다. 당시 보도와 편집 체계 컨트롤타워를 맡던 이들은 빼고 기자들만 인사위에 회부하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인사위 회부는 보도와 관련한 소송 등 분쟁에서 완벽히 이기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며 “외부 잣대로 자사 보도를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라면 앞으로 비판 보도는 심대히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2년 전 인사위가 해당 보도에 ‘굿콘텐츠상’ 3급 및 표창장과 30만원의 상금을 시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의 상벌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일보 한 기자는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상주고 벌주는’ 꼴”이라며 “이런 식이면 누가 소송당할 만한 기사를 쓰겠나. 아직 징계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인사위 회부 자체만으로 이미 기자들은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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