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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포토 다큐' 호평…
창원 명서초 여자축구부 스토리 등 독자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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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명서초 여자축구부 장다연양(9)이 6월 말 열린 제32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초등부 강릉FC와의 경기에서 비를 맞으며 뛰어가고 있다. 권도현 경향신문 기자는 이 아이들의 모습을 7월 ‘포토 다큐’ 기사로 소개했다. /경향신문 제공

경향신문의 <‘선수될 결심? 축구에 진심!’...창원 명서초 여자축구부> 기사가 얼마 전 엑스(구 트위터) 등에서 화제가 됐다. 수 천회 재게시·인용과 함께 ‘감동적이다’,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포토 다큐’ 코너 7월 기사는 여자축구부 아이들의 훈련, 시합 모습을 다뤘다. 글만으론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것을 담은 사진의 힘이 이런 호평의 근원으로 꼽힐 만하다. 권도현 경향신문 사진기자는 19일 통화에서 “감독님이 기사를 붙여놨더니 아이들이 휴식시간에 우르르 와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취재할 땐 (아이들이) 부끄러워하고 낯도 가렸는데 ‘곧 있을 대회 땐 기자님 안 오냐’고 물어봤다기에 혼자 뭉클해서 또 가봐야 하나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총 11명 사진부가 한 달에 한 번 내놓는 코너에 권 기자가 발제를 하며 기사가 시작됐다. 국제대회 한국 스포츠 성적 하락,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엘리트체육’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 경남 창원 명서초등학교는 대안모델로 몇 차례 조명돼 온 곳이었다. 평소 ‘포토 다큐’ 코너 아이템을 찾으러 지역 단신이나 보도자료를 살펴온 그의 눈에 300여명 중 절반이 여학생이고 이 중 10분의 1이 축구부 활동을 하는 이 학교가 들어왔다. “별 거 아닌 듯해도 사진으론 또 담을 영역이 있는 때가 많거든요. 올해 들어 엘리트체육 한계를 다룬 뉴스에 관심 갖다가 알게 됐어요. 코너가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이라 사례, 원인, 대안을 다 다룰 순 없으니 그럼 한 곳을 특정해 거기 아이들 모습을 자세히 보자 한 거고요.”

일주일 간 경남 창원과 합천에 머물며 권 기자는 훈련 현장과 시합 모습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중 볼 경합하는 아이들. /경향신문 제공

실제 출장은 6월17~23일 이뤄졌다. 특정 출입처를 맡기보단 모든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는 사진기자로서 일주일 출장은 직접 발제해 취재하는 소중한 기회에 대한 동료들의 지지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창원 명서초 근처에 기거하며 선수들 훈련 모습을 담고, 이들이 출전한 제32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초등부 예선전 취재를 위해 경남 합천에도 따라가 같은 숙소에 머물며 취재했다. 훈련으로 그을린 피부와 건강한 표정, 진지한 헤딩·킥·체력 훈련 과정의 땀방울, 패배 후 쏟아지는 눈물 등을 담은 사진이 그렇게 남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도 있어서 조심스러웠어요. 남중남고를 나왔고 남동생만 있는 아저씨라 어떻게 라포(친밀감)를 형성하지 싶더라고요. 처음엔 멀리서 조심스레 찍었는데 사진을 보여주고 얘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브이(V) 포즈도 취해주고 벽이 낮아지더라고요.”

일주일 간 경남 창원과 합천에 머물며 권 기자는 훈련 현장과 시합 모습을 취재했다. 사진은 시합 전 헤딩 연습하는 아이. /경향신문 제공

2017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몇 차례 수상경력 있는 1988년생 사진기자는 이번 취재에서 약 5000장 사진을 찍었다. 여느 때보다 “취재원에 이입이 많이 됐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너무 많아 부원들에게 골라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면엔 사진이 조금만 들어간 게 마음에 걸려 온라인엔 부원 모두가 한 번씩은 나오도록 사진을 추가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다정하고 성실하게 담았다’는 어떤 독자의 평가는 이 과정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일주일 간 경남 창원과 합천에 머물며 권 기자는 훈련 현장과 시합 모습을 취재했다. 사진은 대회출전 전 체력훈련을 하는 아이. /경향신문 제공

“야근하다 시청역 사고를 찍으러 뛰어가고, 아리셀 공장을 취재하고, 늘 안 좋은 현장에 가서 셔터소리를 내며 찍는 게 업인데 지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일에 무뎌지는 데 자괴감도 들고요. 아이들 밝은 표정과 진지함, 노력을 담으려 했는데 이번엔 그러면서 저도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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