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질의서 업로드… 'MBC vs 쿠팡' 2라운드

['블랙리스트 의혹' 공론화 의도인 듯]
5개 항목 구분된 21개 질문 공개

MBC 측 "질의·회신 전과정 올려...
대중과 수사당국 판단 구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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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지난달 27일 포털에 송고한 ‘coupang newsroom에 보내는 공개질의서’가 화제가 됐다. 사실상 기사임에도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사실에 입각한 답변을 부탁’하는 등 통상의 질의서 형식을 그대로 따라서다. MBC는 이 기사를 통해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쿠팡과의 질의·회신 과정 전반과 5개 항목으로 구분된 21개 질문을 공개했다. 이에 ‘정당하게 조사해서 보도한 것 같다’ 등 응원의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달 13일부터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하고 있는 MBC는 왜 갑자기 이 같은 장문의 질의서를 공개한 것일까.

MBC가 지난달 27일 포털에 송고한 ‘coupang newsroom에 보내는 공개질의서’가 화제가 됐다(왼쪽). MBC는 이 기사를 통해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쿠팡과의 질의·회신 과정 전반과 5개 항목으로 구분된 21개 질문을 공개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달 29일 자사 뉴스룸 웹사이트를 통해 “MBC의 공개질의를 빙자한 또 다른 허위보도는 언론 권력의 남용이자 보도윤리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에 따르면 이번 질의서는 뉴스룸 대 뉴스룸으로,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공론장에서 따져보자는 의도에서 작성됐다. 쿠팡이 MBC의 취재 질의엔 응하지 않고 대신 자사 뉴스룸 웹사이트에 있는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반론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하고 있는 차주혁 MBC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질의응답에서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MBC의 주장과 입장을 전하는 데 공공재인 전파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며 “무엇보다 취재 과정 등을 둘러싼 MBC와 쿠팡의 진위 논쟁이 양측 간의 공방으로만 이어지면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갈수록 탈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다. 그래서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에 취재 질의·회신 과정을 공개하고 질의서를 읽는 독자, 대중은 물론 수사당국, 타 언론사들의 판단을 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질의서는 일반 기사와 마찬가지로 송고와 데스킹, 출고 과정을 똑같이 거쳤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복수 취재원의 증언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내부 문건 검증 등 통상적인 취재 과정을 거쳐 작성됐다. 차주혁 기자는 “다만 일반적인 기사 형태가 아니라 질의서 형식으로 기사를 구성한 이유는 ‘아무런 반론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쿠팡 뉴스룸이 해당 기사의 첫 번째 독자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공개질의서가 포털에 공개되기에 앞서 MBC 뉴스룸국장 명의로 작성한 공식 질의서를 쿠팡 뉴스룸에 보냈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이메일을 통해 질의서에 대한 답신을 보내왔다. 메일 제목은 “MBC의 공개질의를 빙자한 또 다른 허위보도는 언론 권력의 남용이자 보도윤리 위반입니다”였다. 쿠팡은 해당 내용을 자사 뉴스룸 웹사이트에도 게재하며 이번 공개질의서를 “폭력적 보도 행태”로 규정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고, “MBC의 보도 행태에 추가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향후 민·형사 절차에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앞서 지난달 16일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4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또 MBC가 개설한 ‘쿠팡 블랙리스트 확인’ 웹사이트를 폐쇄해달라며 가처분도 신청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형사 고소와 관련, 29일 오후 MBC 뉴스룸 경제팀 소속 쿠팡TF 기자 4명에게 혐의와 신분이 적시된 메일을 보냈다. 차주혁 기자는 “미국 대기업들이 비판 언론을 상대로 제기했던 ‘전략적 봉쇄소송’이 떠올랐다”며 “MBC 쿠팡TF 기자들은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1만6450명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관리해 온 쿠팡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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