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자·PD 무더기 블랙리스트 의혹… 언론계 "언론 겁박"

[경향·국민 등 31개사 기자들 명단에]
관련기사 쓴 적 없는 기자도 포함

MBC "쿠팡, 시경 출입 명단 확보"
쿠팡, 보도한 MBC 기자 형사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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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기자와 PD 100여명을 블랙리스트로 올리고 채용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지난 15일과 16일 관련 성명을 내고 “노동인권이 무시된 최악의 근로환경이 탐사취재로 속속 공개되자 (쿠팡이) 취재를 막을 수단으로 (블랙리스트를) 악용”했다며, 쿠팡을 향해 언론 겁박을 당장 중단하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4일 쿠팡이 기피인물의 재채용을 막기 위해 작성한 1만600여명의 리스트에 기자와 PD 등 100여명이 올라가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MBC는 지난 13일 쿠팡이 기피인물의 채용을 막기 위해 1만600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14일엔 이 중 100여명이 기자와 PD들이라고 보도했다. 쿠팡의 업무 환경을 탐사 보도한 기자뿐만 아니라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없는 서울시 경찰청 출입기자들도 ‘내부정보 외부유출’, ‘회사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단 지적이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 31개 언론사 기자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언론단체들은 쿠팡의 이 같은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블랙리스트는 노조 조합원과 내부 공익제보자 취업을 막고, 쿠팡 관련 탐사보도를 했거나 업무 환경의 문제를 지적했던 언론인의 취재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자 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다. 또 시민과 노동자의 ‘알 권리’를 틀어막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또 쿠팡을 직접 취재하거나 보도하지 않은 경찰청 출입기자들이 리스트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기자단의 내부 정보를 파악해 과거에 보도한 기자들 뿐 아니라 앞으로 취재할 기자들까지 원천봉쇄하겠는 의도”라며 “이번 블랙리스트가 노동권과 언론자유를 침해한 중대 범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 13일 MBC 보도에 대해 다음날 설명 자료를 내고 MBC가 악의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 뉴스룸 페이지 캡처


반면 쿠팡은 MBC가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허위 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지난 13일 MBC 보도에 대해 다음날 설명 자료를 내고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MBC가 악의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6일엔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4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MBC 보도가 가짜뉴스’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제소했다. 19일엔 MBC가 개설한 ‘쿠팡 블랙리스트 확인’ 웹사이트의 폐쇄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단체들은 그러나 관련 논평을 통해 쿠팡의 “천박한 언론관”을 강하게 규탄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5일 논평에서 “쿠팡은 또 다시 언론에 대한 겁박부터 들고 나왔다”며 “이 같은 쿠팡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지만 쿠팡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쿠팡이 정작 해야 할 일은 언론을 겁박하는 게 아니라,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6일 논평에서 “‘노동착취’ 대명사가 된 쿠팡은 악의적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사과하고, 치졸한 언론 겁박을 당장 중단하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자부해온 쿠팡은 언론의 입을 ‘봉쇄’할 시간에 부끄러운 기업문화를 반성하고, 기업규모에 걸맞게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부터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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