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하고 디테일한 현미경의 눈으로 지역에 닥친 기후재난 어젠다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우리들의 삶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고, 광주 이야기이지만 영·호남, 충청, 수도권 등 지역 구분과 상관없이 공감할 콘텐츠를 만들려던 게 출발점이었다.”
유지호 무등일보 뉴스룸 센터장은 지난 3일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 우수사례 발표에서 자사 ‘물의 경고-재난의 양극화’ 기획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50년 만의 가뭄에 따른 상수원 고갈,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호우, 40여일이 넘는 폭염이 올해 광주전남에서 잇따랐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총 11회, 22개 꼭지 보도를 통해 무등일보는 지역 이슈이지만 우리 모두의 이슈인 기후재난을 ‘물 문제’를 통해 조명하며 근본적인 물 관리 대책 마련, 재난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 구축을 촉구했다.
특히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명제를 광주 시민들 사례로 실증하고, 내러티브·솔루션 저널리즘으로 구현하며 기후재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 유 센터장은 “목표 하나는 기후재난을 통해 양극화의 단면을 드러내자는 것이었지만 ‘양극화’란 단어의 피로도와 식상함, 취약계층 규정의 어려움은 고민거리였고 특히 주제를 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기자들이 취재를 잘 해줘서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라 할 발산마을의 고통, 물 부족 스트레스를 풀빌라에서 푼다는 <가진 자들의 민낯 “불편하면, 떠나면 돼”> 기사를 함께 선보일 수 있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기사”라고 했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시와 의회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계속 가져갈 주제로서 다른 기후 이슈로도 확장해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주 좁은 지역과 관련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지역 전반,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사안이 되는 문제를 조명한 지역언론의 시도가 이날 다수 소개됐다. 농촌사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2004년부터 시행해 온 국책사업의 실태와 실패 원인, 대안을 살핀 무주신문의 <혈세 먹는 하마 전락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무주신문은 ‘제2의 새마을 운동’이라 불린 사업의 현재를 살피기 위해 무주 관내 6개 권역 50개 시설물을 점검했다. 국비 지원을 받아 우선 시설부터 짓고 본 사업결과 다수 시설은 개점휴업 상태였고, 주민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도 되고 있었다. 40여일의 자료수집, 95건의 자료청구, 20일의 현장 취재를 통한 실태점검 보도로 실태점검을 한 무주신문은 그만큼의 분량을 대안 모색에 할애하며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도 했다.
옥천신문은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론칭을 통해 지역 공론장 회복 등을 시도한 사례를 선보였다. 구독료 1만원의 뉴스레터 월간 쏙(SO_OK)을 발행한 매체는 이 구독료를 옥천 내 정보 취약계층이 신문을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쓴다. 이로써 날로 줄어가는 지역 독자의 양적·질적 회복을 도모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석이조’를 도모했다. 옥천신문에 관심 있는 ‘옥천 밖’ 독자 끌어안는 수단으로 디지털 기반 뉴스레터를 활용한 측면도 있었다. 기존 지면 보도를 그대로 싣지 않고 농업농촌, 지역 관련 보편성을 가진 의제로 재해석해 지역 밖 새 독자를 발굴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구상이었다.
이현경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이날 발표에서 “똑같은 콘텐츠를 두고 한 축에선 종이신문으로, 또 한 축에선 인터넷 홈페이지로, 또 SNS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마다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전환이란 시대적 과제 앞에서 전환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되고, 결국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누구에게 콘텐츠를 전달할지’란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고 봤다”고 했다.
“다시, 콘텐츠로 독자에게”란 대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엔 360여명의 지역신문 관계자가 참석해 서로 교감을 나누고, 우수사례 발표를 경청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대상을 받은 무주신문과 인천일보의 <‘신혼N컷’, 당신의 신혼감성에서 답을 찾습니다>를 비롯해 모두 20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금상은 옥천신문과 무등일보가, 은상은 거제신문의 <거제 바다를 지켜라…현대판 해적 불법 해루질과의 전쟁>과 매일신문의 <대구시월, 봉인된 역사를 풀다>가 공동 수상했다. 동상은 해남우리신문 <해남공공기관은 1회용품 제로청사, 이젠 농촌마을로>, 경남도민일보 <창원공단의 기억>, 강원도민일보 <다시 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영주시민신문 <세계유산 ‘소수서원’ 구하기>가 받았으며, 그 외 10편에 장려상이 돌아갔다.
이날 기획 세션에선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지역신문 전략’, 특별 세션에선 ‘탈포털 및 인공지능 시대 지역언론 현황과 지원방안’(발제자 오세욱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발표가 진행됐다. 최진순 전 한국경제 기자는 기획 세션에서 주민, 지역대학, 기술기업과 직접적인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를 감동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고, 1~2명 조직이라도 운영해야 한다. ‘사장이 말씀을 듣지 않는다’ ‘돈이 되냐고 한다’는 얘기가 아직도 나오는데 기회와 가능성을 찾는 시도를 허용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