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바다나 계곡에 발을 담가야 여름휴가는 아니다. 돈도 기력도 없다면 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밀렸던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몰아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 방법이다. 그런데 막상 뭘 봐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콘텐츠는 많은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홈 화면에서 손가락이 멈추는 경우를 우리는 꽤 자주 경험한다. 그런 당신을 위해 정기적으로 OTT 콘텐츠를 소개하는 기자들이 나섰다. 즐거운 여름휴가가 될 수 있도록 OTT 망망대해 속 보물 같은 콘텐츠를 두 편씩 건져 올렸다. 각각의 콘텐츠들은 성향도 장르도 플랫폼도 다르다. 그러니 이 중 당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한 편쯤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구독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꼭 보시길.
‘오.마.주(OTT 보는 나의My 주말)’ 연재하는 백승찬 경향신문 기자의 PICK
▲블랙 미러(드라마·넷플릭스)
블랙 미러는 지난 2011년부터 방영 중인 SF 옴니버스 드라마이다. 장르 면에선 미국의 ‘환상특급’이나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와 유사하지만, 미디어와 IT 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제는 사뭇 다르다. 드라마 제목인 ‘검은 거울’도 전자기기를 껐을 때 검은 화면에 보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는 점에서 따왔다. 내용은 하나같이 충격적이고 냉소적이다. 영국식 블랙 코미디에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가 더해져 전체 시리즈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고, 반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만 SF라곤 해도 생활상이 현재와 같고 첨단 기술을 과하게 묘사하지 않아 SF를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백승찬 경향신문 기자는 “디스토피아라고 표현했지만 현실의 아주 작은 과장일지도”라며 “자주 섬찟하고 가끔 유쾌하다”고 평했다. 블랙 미러는 지금까지 6개의 시즌이 제작됐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에 시즌 6이 공개됐고, 크리스마스 스페셜과 영화 외전까지 포함하면 총 28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BBC와 더 가디언이 ‘100대 TV 시리즈’로 선정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한 드라마니 사실 사족을 더 붙일 필요도 없다.
▲슬로 호시스(드라마·애플TV플러스)
슬로 호시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첩보 스릴러 드라마이다. 무능력한 MI5 요원들로 구성된 팀과 괴팍하지만 능력 있는 팀장 잭슨 램이 사악한 세력으로부터 영국을 지키기 위해 첩보 세계의 연막과 은폐를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통 스파이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스파이와 스릴러, 액션, 정치 등이 혼합된 작품이다. 슬로 호시스는 잭슨 램으로 분한 게리 올드만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시즌 1과 시즌 2가 공개됐는데, 깔끔한 연출과 영국 드라마 특유의 냉소적 유머가 좋은 평가를 얻었다. 로튼토마토 지수에서도 시즌 1은 95%를, 시즌 2는 100%를 기록했다. 백승찬 기자는 “냉소적인 영국식 유머를 양념으로 스파이 스릴러 장르의 고전적 매력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OTT 화제작’ 연재하는 안은재 뉴스1 기자의 PICK
▲D.P.(드라마·넷플릭스)
D.P.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밀리터리 드라마이다. 탈영병을 추적해 체포하는 육군 군사경찰, D.P.(Deserter Pursuit·탈영병 추적)를 소재로 하며, D.P.에 소속된 안준호와 한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내용이다. 안은재 뉴스1 기자는 “군대 내 문제를 몰입도 있게 풀어냈고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와 연결된 문제도 많이 제기돼 군대와 상관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며 “줄거리와 더불어 캐릭터의 매력이 조화롭다”고 평했다. D.P.는 2021년 시즌 1이 공개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시즌 2가 공개됐다. 시즌 2 역시 주인공들이 여전한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은재 기자는 “시즌 1과 2를 몰아봐야 끝나는 시리즈”라며 “시즌 1은 구교환, 시즌 2는 손석구가 매력적이어서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예능·웨이브)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남녀 10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짝짓기 예능이다. 반경 10미터 안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하트’가 뜨는 앱, ‘좋알람’을 설치하고 사랑을 찾는 연애 프로이다. 원작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실사화해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특히 출연자 모집 단계서 ‘나이 불문·직업 불문·연애 경험 불문·이성을 좋아하든 동성을 좋아하든 상관없이 누구나’라고 지원 자격을 못 박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은재 기자는 “다양한 연애 스토리, 무엇보다 성적지향성 중 양성애를 허용해 여여 커플, 남남 커플을 볼 수 있는 게 이색적”이라며 “마지막 최종 커플 탄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금주 OTT 신작’ 연재하는 양진영 뉴스핌 기자의 PICK
▲컨택트(영화·왓챠 등)
컨택트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7년 개봉한 SF 영화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 ‘쉘’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한 상황에서 언어학자와 과학자가 쉘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고, 이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줄거리다. 양진영 뉴스핌 기자는 “시간 순으로 사건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구성”이라며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정점인 언어학자와 최첨단 기술의 과학자가 인류를 구할 과제를 해결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은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컨택트는 보통의 SF물이 스릴러 요소를 가미하는 데 반해 잔잔하면서도 철학적인 주제를 결합시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을 맡아 훌륭한 영상미가 특징이다. 컨택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포함해 8개 부문서 후보에 올랐고 음향편집상을 수상했다.
▲리바운드(영화·웨이브 등)
리바운드는 지난 4월 개봉한 스포츠 영화다.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 당시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제 이야기를 극화했다. 오합지졸이었던 팀이 실패를 맛본 후 성장해 큰 성과를 거두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코미디, 드라마,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조화롭게 버무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다.
양진영 기자는 “장항준 감독의 주특기인 유머 포인트가 살아있는 동시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스포츠 정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라며 “골밑에서 잡아내는 리바운드가 단지 득점 기회를 넘어서 극중 인물들은 물론 작품을 보는 모두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평했다.
‘주말의 OTT’ 연재하는 손정빈 뉴시스 기자의 PICK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드라마·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프로퍼블리카 기자들이 탐사보도 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한 10대 소녀가 성폭행 신고를 한 뒤 며칠 만에 허위 신고였다고 자백했으나 사건을 추적했던 두 형사에 의해 소녀가 진실을 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강간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가이드북 같은 작품이라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손정빈 뉴시스 기자는 “초·중·고교에서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드라마로서 탁월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 보조재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올바르다.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과장 없이 담겨 있고, ‘피해자다움’과 같은 2차 가해 양상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피해자의 무너진 삶을 재건하기에는 턱없이 취약한 사회 시스템을 들여다본다”고 평했다.
▲하이큐!!(애니메이션·왓챠 등)
하이큐!!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부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제목 ‘하이큐’는 배구의 일본어 독음이다. 원작 만화가 역대 소년 점프 스포츠 만화 중 누계 부수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던 데다 애니메이션의 작화나 연출, 음악도 좋아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화 원작은 완결됐지만 애니메이션은 현재 4개의 TV 시리즈와 6개의 극장판이 나온 상태다. 손정빈 기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한 팀이 돼가며 고교 배우 강팀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는 다른 스포츠 만화와 다를 게 없지만 하이큐!!는 승리의 환희보다 연습과 훈련의 지난함과 패배의 고통을 더 공들여 묘사한다”며 “다른 스포츠 만화에선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이와 함께 배구 경기에 대한 묘사가 매우 디테일해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새삼 배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평했다.
‘주말에 뭐할까’ 연재하는 최송희 아주경제 기자의 PICK
▲사이렌: 불의 섬(예능·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 24인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갖춘 출연자들이 소방관, 경호원, 경찰관 등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규칙은 매일 한 번 아레나에서 팀 대결을 치르고, 승리한 팀에겐 생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과 기지전에서 쓰이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바이벌 예능이 개인전인 데 반해 팀전 서바이벌이고, 출연진 전원이 여성이라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송희 아주경제 기자는 “이은경 PD와 채진아 작가 등 여성 제작진이 만들어 공개 전부터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라며 “제작진은 우정, 노력, 승리가 담긴 진한 여성 서사물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했고, 그 결과 여성들의 뜨거운 연대와 경쟁을 그려냈다”고 평했다.
▲카지노(드라마·디즈니플러스)
카지노는 국민 배우 최민식이 25년 만에 선택한 범죄 스릴러 드라마이다. 돈도 백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왕이 된 차무식이 살인 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민식부터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까지 화려한 출연진으로 드라마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송희 기자는 “연기파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 열전을 즐길 수 있다”며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아 매회를 거듭할수록 몰입도가 높고 탄탄한 스토리가 긴장감을 높인다”고 평했다. 카지노는 올해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OTT 네비’ 연재하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의 PICK
▲약한 영웅 Class 1(드라마·웨이브)
약한 영웅 Class 1은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액션 드라마이다.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성장 스토리다. 아이돌로 유명한 배우 박지훈이 주인공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는데, 거친 액션뿐만 아니라 세밀한 감정까지 잘 표현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 웨이브 내 콘텐츠 순위인 ‘오늘의 톱 20’ 연속 1위, OTT 화제성 1위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정글 같은 아이들의 신경전을 현실적으로, 그러면서도 속 시원하고 판타지스럽게 그려내고 있다”며 “기획 PD가 D.P.의 한준희 감독님인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촘촘하고 잘 짜여 있다. 플랫폼이 웨이브다보니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큰 사랑을 받은 콘텐츠”라고 평했다.
▲엑스오, 키티(드라마·넷플릭스)
엑스오, 키티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키티를 주연으로 하는 스핀오프 드라마이다. 10대 중매쟁이 키티가 장거리 연애 중인 남자친구가 다니는 기숙학교를 가게 되고, 엄마의 모교이기도 한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내용이다. 미국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지만 배경이 한국이라 국내에선 신선한 느낌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다만 한국적인 정서와는 괴리가 있어 정작 한국에선 인기가 높지 않았고, 다른 국가들에선 상위권을 차지했다. 김소연 기자는 “미국 드라마 ‘가십걸’을 한국에서 찍은 느낌”이라며 “익숙한 배경이라 오히려 이질적인 미국 드라마를 느낄 수 있다. 달달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며, 여름에 틀어놓고 보면 편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엑스오, 키티는 현재 1개의 시즌이 공개됐으며 지난 6월 중순 넷플릭스에서 시즌 2 제작을 발표해, 머지않은 시일에 추가 에피소드를 볼 수 있게 됐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