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 직무 과정에서 겪는 트라우마를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는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가 언론인의 트라우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는 25일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을 제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책자 형태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책자는 3개 협회 회원사들에 배포되며 온라인에서는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정관‧보도준칙 페이지(http://www.journalist.or.kr/data/banner/2023_trauma.pdf)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은 언론인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트라우마 반응과 특징, 이에 따른 영향 등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언론인들은 대형재난사고, 성범죄, 자살사건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취재기자뿐 아니라 현장 상황을 보고받는 데스크, 편집인력 등 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 하나의 취재가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취재에 투입되면서 진행형으로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점이 다른 직군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가이드북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새롭게 문제로 떠오른 트라우마 유형도 다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떠오른 ‘도덕적 상해’와 2018년 미투 운동과 정치 양극화 이후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언론인에 대한 ‘온라인 공격’이 대표적이다.
가이드북은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트라우마 리터러시’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현장 기자와 데스크가 각각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을 자세히 나눠 소개한다. 취재 사안에 대한 인식부터 인터뷰, 현장 취재, 기사 작성 및 편집, 보도 과정,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과정별로 인지하고 주의해야 할 점을 안내한다.
특히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불거진 유족 취재‧보도 과정의 논의와 동의권, 초상권 등을 통해 ‘트라우마 공감 저널리즘’(Trauma-Informed Journalism)의 대안도 모색했다.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트라우마는 최근 근무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기자직’ 자체에 회의감을 품게 하고 데스크와 소속 언론사를 불신하게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언론사 차원에서 트라우마 문제를 이해하고 소속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 문제에 대비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북은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다트센터, 구글뉴스 이니셔티브가 2021년 11월 공동 실시한 한국 언론인 대상 첫 트라우마 실태조사에서 출발했다. 당시 조사 결과 한국기자들 10명 중 8명(544명 가운데 78.7%)이 근무 중에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후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를 구성해 가이드북 제작에 돌입했다. 2022년 11월부터 안현의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와 이화트라우마연구실에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2023년 5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토론회 등을 거쳐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특히 각종 설문 조사 및 연구 결과 분석 과정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트라우마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회는 같은 회사 선후배 그룹이나 출입처 동료 모임 등 다양한 기자 모임에서 가이드북 1.0을 읽으며 활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가이드북에 대한 현장의 반응 등을 수렴해 향후 ‘가이드북 100배 활용하기’를 위한 다양한 모임이나 지원책도 모색할 방침이다.
또한 트라우마 공감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언론사별로 트라우마 예방 및 대응책의 좋은 사례를 찾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인에 대한 공격, 여성 기자들을 향한 성적 괴롭힘 등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포털업계 등과 논의하고 협력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정애 언론인 트라우마 위원장은 “국내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언론사들뿐 아니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나 한국심리학회 등 유관기관에서도 언론인의 트라우마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며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이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무엇을 고려하고 어떻게 취재해 보도할지 판단하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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