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한다.’ 방통위법 제1조에 명시된 방통위 설치‧운영 목적이다. 14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위가 설립 목적을 위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방통위 전체회의에는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보고안건으로 올랐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이후 방통위가 관계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방통위와 대통령은 방통위 설치법 제1조를 전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실제 입법 절차가 진행된다면 끝까지 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제도가 낡았고 국민의 불만이 있다면 고쳐야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행정부가 이렇게 독선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징수체계의 문제, 공영방송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사회적 공기로서 어떤 책임을 묻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드린다”며 “국회도 이른 시일 안에 이 논의를 국회로 옮겨 사회적 공론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보도영상구역 중앙위원인 선상원 기자는 방통위 설치법 제2조 운영원칙의 ‘방송과 통신 이용자의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방송통신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대책을 마련한다’ 등 조항을 언급하며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방통위 내부 논의에서 이 운영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선 기자는 “수신료 징수방식 변경은 단순히 공영방송 운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며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 보다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중앙위원인 조애진 PD는 “1994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한 이후 KBS1의 광고가 폐지되면서 비로소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채널을 만들 수 있었다”며 “수신료 통합징수는 공영방송이 상업방송 영역에서 성취되기 어려운 공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근간”이라고 했다.
조 PD는 “이러한 수신료, 우리 공론장의 뿌리를 뒤흔드는 분리징수안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행정부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들려 한다”며 “방통위는 당장 수신료 분리징수의 선봉장 역할을 멈춰라. 제대로 된 합의제 기구로서 방송독립성과 자유를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찾으라”고 했다.
전국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이자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이라는 대한민국 체제마저 부정하는 행위”라며 “시행령을 고쳐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겠다는 건 방송장악의 정점이다. 방송과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정권의 말로는 정해져 있다. 비판언론을 순치시키려고 휘두른 칼은 결국 정권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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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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