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노조가 대주주에 회사 매각 요구한 까닭은

비대위 전환하고 능인선원 앞 투쟁
"추가 투자 아니면 매각하라" 요구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가 최근 악화되고 있는 국제신문 경영상황과 관련, 대주주인 능인선원에 대화를 촉구했다. 유동성 위기에 경영진 공백 사태까지 겹치며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노조 차원에서 대주주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신문지부는 능인선원이 정상적인 경영을 위한 추가 투자를 하든가 차라리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신문지부는 지난 23일 조합원 긴급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후,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상경투쟁을 실시했다. 국제신문지부는 이 자리에서 △국제신문 대주주인 지광스님과의 면담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 △매각 성사 전까지 임금 및 운영비용을 차질 없이 지급할 것 △재단의 매각 계획을 노조에 공유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국제신문지부는 지난 23일 조합원 긴급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후,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상경투쟁을 실시했다. (사진=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 특보 캡처)

재단은 이에 오는 6월2일까지 지광스님과의 친견 일정을 통지하고, 친견 일정은 6월 중으로 하며 이 자리에 노조 집행부 3인과 경영진 3인이 배석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다만 27일 능인선원 앞 집회를 철회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국제신문지부는 31일 낸 특보에서 “노조는 27일 상경투쟁을 철회하고 (협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행태로 재단을 신뢰할 수 없지만 이번 제안은 믿어보기로 했다. 국제신문지부는 재단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지켜볼 것이며, 약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와 언론노조 차원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신문지부가 대대적 투쟁을 예고한 것은 국제신문이 근래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위기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최근 수억 원대의 어음은 물론 5월 급여를 지급할 비용조차 없어 급하게 대주주로부터 자금을 융통했다. 현재도 경영자금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도래하는 어음들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제신문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82억원으로, 유동자산을 145억원 초과한 상태였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이러한 상황은 국제신문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며 “국제신문은 경영다각화와 원가절감 등을 통한 경영개선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위기가 지속되며 국제신문은 현재 경영 공백 상황도 겪고 있다. 대표이사로 등기된 윤규황 사장이 그동안 배재한 사장을 대행으로 임명해 경영을 맡겨왔는데, 배 사장마저 지난달 사표를 내며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된 것이다. 그 후임으로 지목된 이승렬 이사 역시 한 달여 만인 이달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승주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은 “대주주가 재정적인 지원, 대표이사 선임, 매각 준비 등 세 가지를 약속했는데 지금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며 “약속했던 걸 빨리 이행하거나 차라리 매각을 하라는 게 저희 입장이다. 가능하면 협상을 통해 정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만약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면 투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