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현업단체 대표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최근 대통령의 ‘언론 탄압’ 논란과 관련,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두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류를 하자는 취지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 현업단체 대표들은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자유와 책무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윤석열 대통령에 요청했다.
언론 현업단체장들은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께서 자신 및 정부에 대한 보도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특정해 직접 언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의 본질을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대통령과 비판적인 언론간의 진영 대결로 몰아가는 주변 참모들의 조언을 배격해야 한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일이고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그토록 부르짖은 ‘자유’의 핵심적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8일, 우리 국민 5만명이 본인인증을 거쳐 참여한 국민동의 청원이 성립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다”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여야 정치권이 분점해 임명하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사장 선임에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제, 대통령께서 나서주셔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언론 현업단체장들은 “언론 보도 하나하나에 직접 책임을 따지는 일 말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어떻게 구출할지, 공영방송을 둘러싼 독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현장의 언론인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주시기 바란다”며 “참모들의 정무적 판단이 아닌 오늘날 언론자유를 이룩하기 위해 땀 흘린 현장 언론인들의 고견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란다. 언론단체 대표들도 대통령의 생각과 말씀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들의 공개적인 면담 요청은 대통령 흠집 내기나 보여주기 식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현장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걱정하는 언론인들의 고민과 진심을 대통령께 직접 전하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면담을 공식 요청한다.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면담에 응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시간과 장소, 방식 다 정해도 수용할 의사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누구보다 자유를 강조하셨던 윤석열 대통령께서 지금이라도 우리 현업 언론인들과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아서 정말 있는 얘기 없는 얘기 한 번 다 해봤으면 좋겠다”며 “오해가 있으면 오해를 풀고 논쟁이 필요하면 논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문제를 계속 꼬아갈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마주 앉을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시간과 장소, 방식까지 다 정해주셔도 저희는 다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어떤 방식이든 대통령과 언론 현업 대표자들이 만나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인 언론 자유를 어떻게 보장하고 같이 옹호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논의했으면 한다. 진영을 뛰어넘어 윤석열 대통령께서 지도자다운 포용력으로 우리 현업 언론인들의 면담 요구에 흔쾌히 응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도 “오늘 저희 현업 언론단체 대표들이 이 자리에 선 것은 간단하다. 대통령과 얘기 좀 하자, 소통을 좀 하자는 것”이라며 “국제기자연맹은 한국의 언론 자유에 우려를 표명하며 벌써 몇 차례 성명을 냈고 국경없는기자회도 성명을 내는 등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제발 저희의 면담 요구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 회장 역시 “저희는 대통령이 잘못되어 이 정권이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원하는,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언론 자유와 언론 개혁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생각하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어나가고 이 정권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발 같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