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은 언론계가 오래 묵혀온 지상 과제다. 포털 종속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가장 많이 나오는 해결책은 아웃링크(언론사 자체 사이트에서 뉴스 유통) 도입이다. 언론계와 관점은 다르지만, 여야 정치권도 아웃링크를 요구하는 이 시점에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이버가 아웃링크 도입 계획을 밝혔다. 올해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도 아웃링크에 문을 열면서 양대 포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생태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84개 뉴스콘텐츠제휴(CP) 언론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2022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내년 4월 언론사별 선택에 따라 아웃링크를 도입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뉴스 정책을 개편한 이후 콘텐츠제휴 언론사들에 인링크 방식(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뉴스 유통)을 일괄적으로 적용해왔다. 당시 네이버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휴사들은 인링크 유지를 택했다. 그때와 달리 내년 4월 또 다른 새 정책이 시행되면 각 제휴사는 인링크 유지 또는 아웃링크 전환을 선택할 수 있다.
아웃링크를 택한 언론사는 네이버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체 사이트 방문자를 늘릴 수 있다. 그 대신 네이버가 지급하던 광고 수익의 일부는 받지 못한다. 윤대섭 네이버 미디어코웍운영 리더는 커넥트 데이 발표에서 “아웃링크 선택 시 개별 언론사 홈 영역의 광고 수익은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언론사의 수익 기여도를 산정하기 어려운 언론사편집판 메인 화면과 기사 본문 영역의 수익은 지급하지 못한다”며 “세부적인 정책은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콘텐츠제휴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가장 먼저, 그동안 네이버가 각 사에 지급해온 광고 수익이 아웃링크 도입 이후 얼마나 줄어들지가 관건이다. 올해 네이버의 광고 재원 예상치는 970억원가량이다. 네이버는 순방문자수, 기사 조회수, 누적구독자수 등 6가지 기준으로 광고 재원 전체를 콘텐츠제휴사들에 배분하고 있다. 현재로선 개별 제휴사가 아웃링크 도입에 따른 광고 수익 삭감 폭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제휴사마다 각종 지표의 규모가 달라 특정 사의 예상치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콘텐츠제휴사 중 규모가 큰 A 매체의 뉴스제휴 담당자는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아웃링크로 가면 광고수익이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한다”면서도 “네이버 수익 감소뿐 아니라 자체 사이트 트래픽 상승에 따른 광고 매출 상승, 서버 관리비용 증가분, 충성 독자 확보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아웃링크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 8월 다음 뉴스에 아웃링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양대 포털과 콘텐츠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엔 카카오에서의 경험이 네이버 아웃링크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두 포털의 아웃링크 적용 방식은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다만 선택 주기가 다르다. 다음에선 링크 방식을 매달 선택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6개월 단위로만 변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네이버 아웃링크에 위험부담이 더 큰 만큼 내년 초 링크 방식을 결정하기 전까지 다음 아웃링크를 시험 무대로 삼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 콘텐츠제휴사 디지털부서장은 “지금 다음에서 여러 언론사가 아웃링크 인링크를 왔다 갔다 하면서 뭐가 더 나은지 테스트하고 있다. 저희도 곧 아웃링크를 선택해 두 달 이상 실험을 해볼 계획”이라며 “네이버에서 아웃링크로 가면 광고 수익은 떨어지겠지만 매체 브랜드 인지도와 우리 구독자 전환율, 앱 설치 등을 늘릴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결정 전까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아웃링크 효과를 가늠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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