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윤리위)가 지역 건설업체 유착 의혹, 범죄 전력, 정치권과 유착관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인선 이후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퇴를 요구해 온 단체들은 29일 1인 시위에 돌입하며 서 이사장의 퇴진을 본격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전국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등은 이날부터 매주 월요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와 전북 전주시 전북일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조성은 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전신노협) 의장과 김인 서울신문통신노조협의회(서신노협) 의장은 △서 이사장 퇴진 △자율규제기구 위상에 걸맞은 신문윤리위의 새 인선 등을 촉구했다.
조성은 전신노협 의장은 “신문윤리위의 역할과 책무를 감안했을 때 기관의 대표가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함은 자명할 것”이라며 “그간 신문윤리위가 관성에 따라 대표를 선출해 온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 서신노협 의장은 “신문윤리위는 자율적 심의, 규제기구인데 어떻게 검증조차 없이 비윤리적인 인사를 이사장으로 뽑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문윤리위가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서 이사장은 빨리 스스로 사퇴해 문제를 바로잡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전북민언련 등은 서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전북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상훈 전북민언련 공동대표(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윤리위는 신문사, 신문 경영인, 저널리즘 등의 윤리를 규제하는 기구인데 지금까지 서 이사장은 신문사에 전문 경영인으로 있으면서 신문윤리와는 전혀 정반대의 행동을 보여왔다”며 “이는 도둑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 이사장은 누구의 어떤 압력이 아니라 스스로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스스로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이 신임 신문윤리위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는 전북일보 사장 시절 신문사 별관 매각 대금을 임의 사용하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대학교의 등록금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이 ‘전북일보 최대 주주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옹호 보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을 고소·고발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아울러 신문사 회장직을 유지한 채 유력 정치인 대선 캠프 상임대표로 합류했던 인사가 신문자율규제기구 이사장으로 선임되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터다.
앞선 인선 후 이들 단체는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신문윤리위의 책무와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서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해 왔다. 이들 3단체는 지난 19일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토착 건설자본·정치권과의 유착관계,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경영 윤리 위반 등. 이 정도면 언론사 대표로서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그런 이가 대표적 자율규제기구인 신문윤리위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신문윤리위 역할의 영향력이 더욱 커켰음에도 이 같은 인선이 이뤄진 데 즉각적인 개선요구가 나왔다.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신문윤리위 심의 결과가 지난해부터 정부광고의 사회적 책임 지표에 반영돼 어느때보다 위상이 높아졌다. 아울러 국회가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관련해 신문윤리위의 책임이 더 강화하는 추세”라며 “윤리적 문제가 많은 인물이 대표로 있다면 산문윤리위 심의를 누가 신뢰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문윤리위는 매년 정부로부터 수억 원의 재원을 지원받는다. 서 이사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정감사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비윤리적인 이사장이 있는 신문윤리위에 언제까지 정부가 보조할 것인지 문제제기하겠다”고 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신문윤리위가 내세우는 윤리강령에 비춰 서 이사장의 비윤리적인 행태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신문윤리위는 이 같이 비윤리적인 인물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게 된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에서 신문윤리위 이사장 선임 관행개선과 더불어 신임 인사 인선을 촉구했다. 참여 단체들은 “자율규제기구의 ‘권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범죄전력과 토호유착을 저질렀던 인물이 이사장으로 있는 신문윤리위 결정에 ‘영’이 설 리 없다”며 “서창훈 이사장은 신문윤리위의 책무와 위상에 걸맞지 않은 인사임을 자각하고 물러나라. 또 신문윤리위는 주요 일간지 현직 발행인이나 사장이 이사장 자리를 맡아온 구태를 청산하고 자율규제기구 위상에 걸맞은 인사를 새로 인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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