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올해 또 다시 하락했다. 기자협회보가 창립 58주년을 맞아 기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10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자라는 직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2.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은 27.2%, 보통은 30%였다. 기자 직업 만족도는 2018년 56.1%로 반등했지만 2019년 52%, 2020년 46.4%, 지난해 43.3%에 이어 올해(42.8%)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남성 기자(24.9%)보다 여성 기자(33.1%)들에게서 높게 나왔고, 지역별론 제주도에서 근무(35.7%)하는 기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직위별로도 편차가 컸는데, 불만족 비율이 국장/국장대우에서 17.4%에 그쳤다면 부장/부장대우와 차장/차장대우는 각각 20.4%, 25.7%였고 평기자의 불만족 비율은 그보다 더 높은 33.9%에 달했다.
직업 불만족, 여성 기자가 남성보다 높아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전직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의향이 있다(33.8%)’는 답변이 ‘의향이 없다(32.9%)’는 답변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라디오방송(46.2%)과 지역민영방송(42.9%)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이직·전직 의향이 컸고, 부서별론 경제/산업부(44.6%)와 소셜미디어/디지털뉴스부(43.3%)에서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응답이 높았다. 연령에선 20대(41.7%)와 30대(45.8%) 등 젊은 기자들이 높은 이직 의향을 드러냈고, 본인의 정치 성향이 매우 보수(48.4%)거나 소속 매체의 정치 성향이 매우 보수(62.5%)라고 응답한 기자들에서도 이직·전직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이직·전직을 하고 싶은 기자들은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타 언론사(22.8%)를 꼽았다. 그 뒤를 정부 및 공공기관(13.6%), 일반 기업(13%), 자격증을 지닌 전문직(11%), 대학이나 연구직(10.3%) 등이 따랐다. 출판사(0.6%)나 홍보대행사(1.2%), 정치계(2.1%)를 원하는 기자들은 적었다.
기자들 사기가 1~2년 사이 저하됐다는 응답은 지난해(90.7%)보단 낮게 나왔다. 다만 올해 조사에서도 사기가 저하됐다는 응답은 87%를 기록했고, 이 중 ‘매우 저하됐다’가 40.1%를 차지했다. 상승했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기자들은 사기가 저하된 이유(복수응답)로 지난해에 이어 ‘낮은 임금과 복지(6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55.4%)’, ‘과중한 업무량과 노동 강도(41.7%)’,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축소(37.7%)’, ‘업무를 통한 성취감 및 만족감 부재(37.2%)’ 등의 답변도 골고루 선택됐다.
사기 저하의 이유로 꼽힌 ‘기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 및 ‘과중한 업무량과 노동 강도’는 온라인 기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나친 조회 수 경쟁으로 사실 확인이 부족하거나 선정적인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 유통되고, 이는 언론계 전반과 기자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어서다.
기자 67% “온라인 기사 품질에 문제 있어”
기자협회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자들의 67.1%도 온라인에 유통되는 기사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대체로 문제가 있다’에 44.5%, ‘매우 문제가 있다’에 22.6%의 비율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답변은 8.9%에 그쳤다. 온라인 기사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671명의 기자들은 특히 ‘SNS 등에 올라온 내용을 팩트체킹이나 추가취재 없이 그대로 이용하는 기사’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어떤 온라인 기사가 심각한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95.2%의 기자들이 SNS 내용을 이용한 기사가 문제라고 답했고 ‘선정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기사(92.5%)’,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반복적으로 쓴 어뷰징 기사(91.4%)’, ‘특종 및 속보 경쟁으로 사실 확인이 부족한 기사(85.5%)’ 등도 대다수 기자들이 문제라고 응답했다.
온라인 기사의 품질 문제는 언론사의 기사 생산 시스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루 평균 몇 건의 온라인 기사를 쓰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4.2%가 2개 이상이라고 답했다. 2~3개 29.9%, 4~5개 18.7%, 6~7개 8.8%, 8~9개 3%의 비율이었다. 10개 이상이라고 답한 기자도 38명이나 있었다. 언론사 구분별로 보면 뉴스통신사(89.2%), 인터넷언론사(76.4%)에서 하루 평균 2개 이상 쓴다고 응답한 기자들이 많았고, 부서별론 경제/산업부(79.5%), 문화/스포츠부(77.8%), 과학/IT부(76.5%)에서 많은 기사를 쓰고 있었다.
온라인 기사를 쓸 때도 조회 수에 압박감을 느끼는 기자들이 그렇지 않은 기자들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들의 39.7%가 ‘조회 수에 압박감을 느낀다(매우 8.4%, 어느 정도 31.3%)’고 응답했고 33.6%의 기자들이 ‘조회 수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매우 10%, 별로 23.6%)’고 답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디지털뉴스부(70%)와 국제부(53.3%)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상당수가 조회 수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서 괴롭힘 당한 기자 40%, 아무 대처도 못 해
기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하락하면서 취재원, 취재 대상, 독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기자들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협회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자들의 31.4%는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전국종합일간(40.2%)과 주간/월간(38.9%), 지상파방송(38%) 등에서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자 314명은 괴롭힘 유형(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전화, 문자, 메신저, e-메일 등을 통한 괴롭힘(7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웹사이트 악성 댓글(46.5%)’, ‘악의적인 고소·고발(21.3%)’, ‘개인정보 공개 등 사생활 침해(16.9%)’ 등이 이었다.
괴롭힘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괴롭힘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는 질문에 기자들의 40.8%는 ‘대처하지 못 했다’고 답했고, ‘동료 또는 선배와 상의했다’도 24.2%를 차지했다. ‘사내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13.4%)’, ‘악의적인 댓글이나 게시 글에 직접 응답(10.2%)’, ‘고소·고발과 같은 법적인 조치(6.1%)’ 등 직접적 대응을 한 기자는 29.6%에 그쳤다. 특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자들의 비율은 전문일간(71.4%)과 주간/월간(57.1%)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에서 높게 나와 관련 시스템이 미비함을 드러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기자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199개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8월7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9.3%(문자 발송 2만816건, 조사 접속자 1372명, 최종 분석 투입 응답자 1000명)였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2.95%p이다. 응답자는 남성 71.6%, 여성 28.4% 비율이며, 세부매체별로 전국종합일간 17.4%, 지역일간 32.8%, 경제일간 14.4%, 전문일간 1.9%, 주간/월간 1.8%, 지상파방송 7.1%, 지역민영방송 0.7%, 종편/보도전문채널 5.5%, 라디오방송 1.3%, 인터넷언론 8.1%, 뉴스통신 9%다. 직급별 분포는 국장/국장대우 6.9%, 부국장/부국장대우 9.9%, 부장/부장대우 14.2%, 차장/차장대우 19.1%, 평기자 49%, 기타 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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