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팩트체크 기관들의 최대 행사 중 하나인 ‘글로벌 팩트’(Global Fact)가 내년 6월 한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10주년을 맞게 되는 글로벌 팩트가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밋을 공동주최하는 SNU팩트체크의 정은령 센터장은 “설립 5년 밖에 안 된 SNU팩트체크에 대해 세계 팩트체크 커뮤니티가 이만한 신뢰를 보여준 데 고맙고 어깨가 무겁다”면서 “SNU팩트체크에 지난 5년간 4000건 가까이 팩트체크를 해온 제휴언론사, 무엇보다 그 언론사 기자들에게 성장의 공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9' 오프닝세션에선 10주년을 맞게 되는 내년 행사의 개최지로 한국 서울이 공식 발표됐다. SNU팩트체크가 IFCN(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과 공동주최해 2023년 6월28~30일 개최하는 일정이다. 그간 행사는 영국 런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에서 열렸고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하던 최근엔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아시아권에서 개최된 적은 없었다.
정 센터장은 지난 1일 본보와 통화에서 “글로벌 팩트는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IFCN 멤버 수만 해도 2014년 44개에서 올해 391개가 될 만큼 급성장했는데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하기 위해선 열리지 않았던 지역까지 확산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을 주목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버추얼로 열리기 이전인 2018~2019년 국내외 팩트체크 행사·컨퍼런스 등에서 위원회 멤버, 주요 인사들이 느낀 한국의 팩트체크 열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내년 한국 개최엔 국내 최초이자 최대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팩트체크의 역할이 컸다. 2017년 설립 이후 꾸준히 글로벌 팩트체크 기구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며 신뢰를 구축했고 실제 지난 2020년부터 정 센터장은 글로벌 팩트 개최지를 정하는 IFCN의 보드 멤버(board member)로서 활동해오기도 했다. 이에 비공식으론 지난 3월 서울 개최가 확정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열린 글로벌 팩트 8 컨퍼런스에선 SNU팩트체크의 독특한 협력모델이 소개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SNU팩트체크는 언론사와 대학이 결합됐고, 또 플랫폼이 함께 힘을 합쳐 허위조작정보란 공적문제에 대응한 드문 사례이기 떄문이다.
정 센터장은 “SNU팩트체크 모델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언론사와 대학 간의 협력 팩트체크 모델”이라며 “서로 생각이 다르고 때로는 경쟁하는 언론사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느슨한 협력관계를 5년 넘게 유지해 왔다는 것은 국내외 언론환경에 비추어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7년부터 네이버는 지원(연간 10억원)을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고, 이에 전적인 독립권 아래 팩트체크, 취재지원, 우수 팩트체크 시상, 디플로마 과정 선발이 가능했다. 뉴스 홈에 별도 코너를 마련해주면서 타 콘텐츠와 차별적으로 노출될 수 있었던 것도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SNU 팩트체크' 5년...검증기사 심층성 향상 뚜렷)
65개국 504명이 참석해 지난달 마무리된 글로벌 팩트 9에선 전 세계 팩트체커들의 현재와 공통적인 고민, 과제로서 ‘팩트체킹에 대한 공격’, ‘프로파간다로 활용되는 팩트체크 용어 오·남용’, ‘플랫폼으로서 테크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 촉구’ 등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내년 글로벌 팩트 10에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제를 주요하게 다루게 될까.
정 센터장은 “서밋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원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하려 한다. 한국은 개최국이라 별도로 좀 더 참여인원을 배정하기로 했고 이르면 오는 11~12월쯤 등록을 받을 예정”이라며 “IFCN과 호스트 되는 나라가 함께 준비를 하는 만큼 스피커, 나라별 의제 등에 대해선 협의를 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SNU팩트체크는 지속적으로 한국사회, 한국언론에 팩트체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PR, 광고와 비교해 저널리즘을 구분하는 독자적이고 배타적인 영역이 검증이라고 하는데 이 영역조차 우월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저널리즘이 어디에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지, 글로벌 팩트 10에서 한국언론이 이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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