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동아·매경·서울 '통합 CMS' 구축·개편 추진
[지면 디지털 제작·유통까지 원스톱]
경향, 웹에서 바로 기사 쓰고 출고
동아, 자체개발한 CMS 연말 공개
서울, 계열 매체들 공동 사용 목표
‘CMS는 디지털 연결의 핵심’, ‘디지털 혁신을 CMS로 집약’, ‘CMS를 활용해 디지털 마인드 장착’, ‘CMS를 통한 디지털 전환은 필수 생존전략.’ 올해 초 신문사 사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는 이렇게 언급됐다. 더는 디지털 전환을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디지털화의 필수요건인 CMS를 도입·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주요 신문사들 사이에서 지면 제작과 디지털 콘텐츠 편집·유통을 아우르는 통합CMS 구축·개편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3일 문화부와 라이프팀을 대상으로 통합CMS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지난해 1월 통합CMS 도입 TF를 구성하고 그해 3월 개발업체와 계약을 맺은 지 1년여만이다.
그동안 경향신문 기자들은 지면 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써왔다. 앞으로 통합CMS를 사용하면 지금처럼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웹에서 기사를 작성, 편집, 출고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드래그해 덧붙이거나 기사입력창에서 도표를 만들 수도 있다. 취재기자들이 CMS를 통해 생산한 기사는 지면 제작 시스템에 연동된다. 박재현 경향신문 콘텐츠랩부문장은 “디지털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 기사입력기에선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을 통합CMS에 적용했다”며 “개발은 마친 상태지만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도 오는 11월 도입을 목표로 외부업체와 통합CMS를 구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자체 개발 중인 통합CMS를 올해 연말 오픈할 계획이다. 지난해 호반건설에 인수된 서울신문은 같은 그룹 내 언론사인 전자신문, EBN과 공동으로 사용할 통합CMS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하에, 3개 매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경숙 서울신문 미디어전략실장은 “디지털 전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3사가 함께 사용할 통합CMS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기술 교류도 할 계획”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통합CMS 구축은 독자들을 만나는 통로일 뿐 아니라 회사가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말처럼 CMS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뉴스룸의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CMS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새 시스템에서 기사를 어떤 형식으로 쓸지부터 사진과 동영상은 어떻게 달아야 할지, 부제목과 도표는 어떨 때 붙일지, 출고 시점은 언제이며, 어떤 기사가 좋은 기사인지 등을 설정하고, 이렇게 세운 규칙을 구성원들이 체화해야 CMS가 안착할 수 있다. 2014~2015년 이후 디지털 혁신 열풍으로 일찌감치 통합CMS를 도입한 국내 신문사들 중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이 많지 않은 이유다.
대부분의 통합CMS는 다양한 뉴스 소비 데이터를 집계해 보여주는데, 각 언론사가 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2017년 자체 통합CMS를 도입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여러 지표 가운데 기사 조회수를 강조해왔지만, 올해 들어선 그보다 체류시간이 높은 기사를 강화하고 있다. 언론사가 설정한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이 CMS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공유되는 모습이다.
다시 부는 바람 속에서 통합CMS는 디지털 전환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일보 통합CMS 운영을 비롯해 디지털 전략을 전담하고 있는 김주성 디지털전략부장은 “CMS만 도입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란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CMS는 단순히 기사를 예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뉴스룸 전체의 변화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도입하면 취재기자들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며 “CMS가 기사를 써주진 않는다. 기사와 데이터분석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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