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해산 '닷페이스'… "남 일 같지 않다"

[콘텐츠는 공짜 아니란 인식변화 절실]
재정 한계 속 '개인 인력'에 의존
타사 디지털 종사자들 "안타까워"

  • 페이스북
  • 트위치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창립 6년 만에 문을 닫는다. 닷페이스는 뉴미디어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독립 언론이었다. 젠더 다양성, 평등, 디지털 성범죄, 동물권, 기후위기, 장애인 접근성 같은 사회 문제를 기성언론과 다른 방식으로 짚고, 나아가 현실의 변화까지 이끌고자 했다.


하지만 변화의 벽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지난 2일 구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원의 한계를 느끼고,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며 “지난 6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올해 여름 해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젠더 다양성, 평등, 디지털 성범죄, 기후위기, 장애인 접근성 등 우리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기성언론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며 주목받아온 뉴미디어 저널리즘 브랜드 닷페이스가 창립 6년 만에 해산 소식을 알렸다. /닷페이스 사이트


국내 언론계에 디지털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5년을 기점으로 언론사 안팎에서 저널리즘에 기반한 뉴미디어 브랜드가 여럿 생겨났다. 2016년 시작한 닷페이스도 그중 하나였다.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였다. 업계에서 주목받으며 뉴미디어 저널리즘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랬던 닷페이스의 해산 결정을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많다.


특히 조소담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뉴미디어에 뛰어들어 지금도 몸담고 있는 이들에겐 닷페이스의 운영 중단이 아프게 와 닿는다. CBS가 2015년 론칭한 뉴미디어 브랜드 씨리얼의 신혜림 PD는 “닷페이스는 5~6년간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던 바깥 동료였다. 내부적으로 외로울 땐 더 진한 동료애를 느꼈다”며 “닷페이스가 없어져서 울적한 마음으로 찾아왔다며 씨리얼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준 분들도 있다. 사라진 매체의 공백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어떻게 메우고 나아갈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015년부터 언론사에서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해온 최지영(가명) PD는 “닷페이스로 대표됐던 뉴미디어의 한 페이지가 저물었다”고 평가했다. 최 PD는 “비슷한 시기에 뉴미디어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닷페이스를 동경하기도, 질투하기도 했다”며 “기성 언론사가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 스토리텔링, 영상미까지 모든 면에서 새로웠고 도전적이었다. 그런 닷페이스가 종료된다고 생각하니 제 과거의 일부가 함께 사라지는 것처럼 씁쓸하다”고 말했다.


닷페이스가 운영을 중단한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조 대표는 재정적인 어려움, 소진되는 마음을 언급했다. 언론사 안에 있는 뉴미디어 브랜드나 디지털 조직의 고민과도 맞닿는 문제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지금은 언론사 디지털부문에서 일하는 강지민(가명) PD는 “닷페이스는 국내 언론 가운데 독보적이고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의제 설정부터 이슈 파이팅까지 남달랐고 그만큼 잘했다”면서도 “제 경우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나 지금처럼 큰 언론사에 들어와서도 수익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닷페이스는 소속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는 상황에서 수익 문제든 여러 부침을 겪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 대표가 말한 ‘소진되는 마음’에도 크게 공감했다. 언론사들은 젊은 세대에 다가가겠다며 디지털을 강화하기 시작했지만, 회사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보단 디지털 인력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 비해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최지영 PD는 “소진되는 마음이라는 말이 먹먹하다. 뉴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라며 “젊음과 패기로 뉴미디어에 입성했던 그때의 친구들은 수많은 장애물을 만났지만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해가 거듭돼도 반복되는 상황에 그 마음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최 PD는 더 이상 구성원들의 마음이 소진되지 않아야 도전과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사 안에서 리더가 바뀔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디지털 전략, 디지털 부서의 불안정성, 좋은 인력이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환경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신혜림 PD도 닷페이스 사례로 현실을 인지해야 뉴미디어 저널리즘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신 PD는 “돈이 따르는 곳을 향하는 콘텐츠로만 둘러싸여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미디어 작업에 대한 지원책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며 “콘텐츠는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인식 변화 역시 절실하다. 이 고질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레거시’도 ‘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