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학자, 국회의원 등 여러 직군 6인이 의기투합해 유료 ‘토론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된다. 환멸과 냉소로 귀결되는 말싸움에 그치며 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이란 본 목적엔 전혀 가닿지 못하는 현 토론문화에 대한 대안적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
이달 중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엔 ‘토론의 즐거움’(the pleasure of discussion)이란 채널이 문을 열었다.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권일 사회비평가, 신혜림 CBS 씨리얼 PD, 이재훈 한겨레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정주식 전 직썰 편집장 등 6인이 토론 및 칼럼쓰기 프로젝트팀을 꾸려 매주 화요일엔 토론 내용을, 목요일엔 칼럼을 공개한다. 25일 현재 <이준석을 말하지 않고 혐오정치에 맞서는 방법>, <‘망한 정치도 정치다’ 아무도 안 하길래 해본 2022 대선평가>, <검수완박과 토론의 괴로움>, <사라진 총알구멍은 어디에 있을까> 등 7편의 콘텐츠를 내놨다. 향후 유튜브 채널로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현 토론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오직 상대를 ‘이겨먹기 위해’ 하는 토론이 망한 토론의 전형”이고 “토론은 대결이 아니라 일종의 협업”이라 지적하며 “좋은 토론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실천한다는 취지다. 이재훈 한겨레 기자는 “거대 양당 중심 진영논리가 판치는 상황에서 서로를 절멸하거나 승리적 관점에서 토론을 바라보는 시대적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공통적인 견해”라며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그런 토론에 효능감을 느꼈지만 2010년대 들어 회의감을 많이 느꼈고 ‘디베이트’가 아닌 ‘디스커션’으로서 생각의 다름을 즐기고 합치며 최선의 관점을 찾는 게 토론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여름 이 기자와 박 비평가의 사담에서 비롯됐다. 중요 사회문제가 논의되지 못하고 어지럽기만 하던 대선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며 다른 표출 계기를 찾고자 했다. 타 멤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공감대를 이뤘고 이후 제안을 받으며 플랫폼을 정하게 됐다. 제목 ‘토론의 즐거움’은 장 의원의 제안이다. 매체나 조직 차원의 시도가 아니다보니 6인이 스태프를 겸한다. 매주 토요일 토론을 진행하면 정 전 편집장은 녹음과 토론정리를 하고 플랫폼 운영을 담당한다. 강 연구위원은 주제 브리핑을 하고, 신 PD는 영상기획과 편집을 담당하는 식이다. 월 5000원 구독료는 장소·장비 대여, 칼럼 원고료 지불에 쓴다. 토론 콘텐츠는 앞으로도 무료 공개 예정이며 유튜브 유통·수익은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 기자는 “애초 자체 운영비 마련을 하는 방안 정도로 유료화를 생각했다. 지금은 많이 알리고 안착시키는 게 1차 목표”라며 “추후 강연이나 모임도 염두에 두고 있다. 6인만 떠드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함께 호흡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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