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간 지속되던 아시아경제의 경영권 분쟁이 현 최대주주 키스톤의 지배체제에 합의하는 것으로 종료됐다. 키스톤 측 인사들이 회장, 대표 등으로 복귀하며 수습 국면이지만 편집국장이 갑작스레 산업에디터로 발령나는 인사조치 등이 이뤄지며 기자들에게선 편집권 침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의철 아시아경제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고 대신 키스톤 출신 마영민 사내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상순 사내이사도 회장직으로 복귀하면서 지난 21일부터 현상순 회장, 마영민 발행인 등의 직함이 신문에 기재됐다. 지난 18일 현 최대주주 키스톤은 2대주주이자 이전 최대주주인 KMH에 30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양자 간 충돌을 키스톤의 지배체제로 정리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현 회장은 21일 사내 메신저를 통한 공지에서 “최고 경영자로서 또 최대주주로서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잠시 중단되었던 새로운 아시아경제를 위한 혁신을 다시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경제는 이날 인사 역시 단행했다. 언론부문 사장으로 우병현 미래전략위원장을 내정했고,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에 강윤구 전 경영지원본부장 겸 법무실장을 보임했다. 앞서 이의철 대표가 보임했던 이학인 마케팅본부장 겸 경영기획본부장에 대해선 인사대기 조치를 내렸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혼란은 수습 국면이지만 편집국은 더욱 어수선해진 분위기다. 이날 오후 이정일 편집국장을 산업에디터로 발령내는 인사가 갑작스레 이뤄져서다. 현 회장은 앞선 공지에서 “이전 경영진 체제에서 곪을 대로 곪은 편집국 내 패거리 문화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여 콘텐츠에 집중하는,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면과 온라인 콘텐츠 운영을 언론부문 사장 내정자와 편집국 매니징 에디터가 함께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비상편집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22일자 신문부터 우병현 언론부문 사장 내정자는 편집인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 달여간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터 기자들로선 또 다른 혼란을 마주하게 된 상태다. 기자들에게선 단체협약에 따른 임명동의를 거쳐 임명된 편집국장이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물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임명됐고 투표를 통해 신임을 얻은 편집국장을 일방적 인사조치한 데 대한 문제제기’ ‘편집권 독립 침해소지’에 대한 유감 표명이다.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당일 이 같은 통보를 편집국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지며 ‘편집국에 대한 배려 부족’ ‘인사를 행한 방식’에 대한 비판도 크다.
아시아경제 한 기자는 “이런 식이면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투표가 있을 이유가 없다.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시스템을 완전히 다 뭉갠 것 아닌가”라며 “본인들이 지저분하게 경영권 분쟁을 하는 사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한 기자들만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편집국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오랜 시간 회사에서 일한 일원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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