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진 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가 경영권을 확보하며 취임한 현상순 아시아경제 회장이 과거 대주주 KMH가 선임한 이의철 미디어부문 대표이사의 발행·편집인직에 대해 보직대기 처분을 내리자 이에 맞서 이 대표가 KMH 측 추천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를 통해 현 회장 등에 대한 이사직을 박탈했고, 이후 입장문을 통한 충돌이 지속되며 혼란이 이어진다. 노조는 지난 21일 이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결단을 촉구했다.
현 회장은 지난 24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과 부서장 등에게 전한 간담회 개최 공지에서 “현 분란사태는 이의철 이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그가 문제의 주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아시아경제를 흔들어서 자신의 사욕을 도모하려는 배후가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2인과 밀실에서 야합해 기습적으로 분탕질을 벌이고 회사의 내부통제제도 점검을 이유없이 막거나 충분히 논의된 부서장 인사결재를 회피하는 것 등에 대해 어떻게 방임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현상순 회장, 과거 KMH가 선임한 이의철 대표에 보직대기 처분
이 대표도 이날 구성원들에게 전한 입장문과 사과문에서 “경영진간의 시각 차이와 미숙함에서 이 같은 갈등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면서 “갈등 상황을 정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조속한 정상화를 말하지만 수습은 요원한 모양새다. 투자부문 대표에서 해임된 마영민 이사는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법률적인 대처”를 예고했다. 그는 “대주주이고 잠깐의 갈등은 정상화를 시킨 다음 계속 경영을 할 입장이라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조직원들과 약속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인데 이 대표 쪽이 몇 개월 간 이룬 걸 되돌리는 일을 벌이고 있어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며 “어제(24일) 현 회장은 부장들, 노조와 간담회를 열어 저희와 상대방, 편집국, 노조 각 1명씩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제안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과도기와 비상시 제일 필요한 기구이고 정상적으로 푸는 게 순리라 생각하는데 유감”이라고 했다.
누적된 갈등의 핵심요인으론 키스톤이 경영권 확보 당시 매입한 아시아경제 BW(신주인수권부사채권) 권리행사에 대한 입장차 등이 거론된다. 이 대표는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아시아경제가 가진 BW콜 행사를 통해 현 시세에서 팔면 차액이 100억 정도가 된다. 행사하지 않으면 키스톤 쪽으로 흘러가 버리고 이 경우 저나 사외이사는 배임 리스크를 진다는 판단인데 키스톤은 괜찮다는 것”이라며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수기가 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후설에 대해선 “지금 이런 일을 벌여 KMH가 얻는 이득이 뭐가 있나. KMH는 다시 경영권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해왔고, 키스톤도 아는 것으로 안다”면서 제3자 인수를 “현실적이고 가능한 대안”이라고 했다. 이어 “키스톤이 당초 약속과 다르게 2~3년 내 엑시트하려는 정황을 파악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앞서 현 회장이 지난 18일자로 이의철 미디어부문 대표를 발행·인쇄·편집인직에서 보직대기시키고 연봉 30%를 삭감하는 조치를 내리며 갈등은 가시화됐다. 현 회장은 ‘이 대표가 전 사주 측의 이익을 위해 돌출 행위를 했고’ ‘정상적인 업무절차를 훼손’했다는 공지를 올리고, 이 대표는 임원 인사위원회의 절차 미준수를 지적하며 “일련의 인사 패싱 논란, 대부업 자회사 설립에 대한 저의 문제제기로 인한 소위 ‘괘씸죄’”를 징계 배경으로 언급했다.
이 대표, KMH 측 다수인 이사회서 현 회장 이사직 박탈
특히 지난 20일 마영민 대표이사 해임, 이의철 대표이사 단독체제 변경으로 갈등은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했다. 지난해 7월 키스톤은 KMH로부터 경영권 확보 뒤 마영민 키스톤 부대표를 아시아경제 투자부문 대표로 선임하며 이원체제를 구성했는데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마 대표와 현 회장의 이사직을 박탈하는 안건이 통과되며 오는 3월 주주총회 상정이 결정됐다.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 대표 등 KMH 측이 추천한 이사가 3인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21일 오전 이 대표가 비판 목소리가 다수 나오던 노조 익명 게시판을 폐쇄하면서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게시판은 25일 오전에야 복구됐다.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는 성명에서 “이의철 이사의 행태가 순수하게 아시아경제의 발전과 안정, 구성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볼 근거를 노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는 작금의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아시아경제와 후배 기자 등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를 생각해 더 늦기 전에 결단할 것을 엄격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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