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가오며 언론 압박 심화… 선거보도 심의 요구 급증

국민의힘, YTN 이어 MBC 찾아 보도 규탄… 방송금지 가처분까지
이재명 후보, 대장동 보도 놓고 언중위 등에 언론사 무더기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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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서울 마포구 MBC 사옥을 항의 방문하며 한때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등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불법 녹취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편파 방송'이라며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규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대선 주자와 캠프의 언론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대선 후보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보도 심의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잇따르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이 언론사를 방문해 보도의 편파성을 항의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언론계는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관련 보도 자체를 막거나 위축시키려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의 방문은 지난 두 달여간 세 차례 일어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YTN 사옥을 찾아 ‘뉴스가 있는 저녁’의 취재·보도가 부당하다며 우장균 사장을 면담한 데 이어 지난 13일엔 ‘돌발영상’이 편향됐다며 YTN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 14일엔 서울 마포구 MBC 사옥을 찾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규탄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가 방송을 예고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불법 녹취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편파 방송’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김씨도 인격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방송국을 항의 방문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전 검열 행위” “언론 재갈 물리기”등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정당이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언론사를 항의 방문한 일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상습적인 경우는 드물다”는 시민단체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방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을 압박했다. 지난 12일엔 김기현 원내대표가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패널 교체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가 방송사의 편성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17일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판적인 보도에 무더기 제소로 대응했다. 특히 지난 10일 열린 대장동 비리 재판 관련 기사를 두고 제목과 기사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다음날 수십 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혀 ‘언론 봉쇄’ ‘언론 겁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문사들은 사설 등을 통해 “기사에 불만을 표시하고 반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실 보도와 제목 크기까지 트집을 잡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제소 운운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이고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전두환 정권 당시 보도지침을 연상케 한다”며 이 후보 측을 질타했다.


실제 언론중재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제출된 이의 신청 건수는 역대 선거와 비교해 봐도 대폭 늘었다. 특히 후보자만 신청할 수 있는 언론중재위 선기기사심의위원회 시정요구의 경우 지난 2002년 16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를 모두 합해도 8차례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선은 벌써 12건을 기록했다. 모두 이재명 후보가 신청한 건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9월30일부터 10월22일까지 조선일보(6건), 중앙일보(4건), 동아일보(2건)를 상대로 심의를 신청했고, 이 중 7건이 기각됐다.


정당과 후보자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의 경우에도 이전 선거들과 비교해 약 10배 정도 신청 건수가 증가했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267건의 심의 조치가 있었는데, 이 중 선관위 자체적으로 심의하는 ‘여론조사’ 항목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정당과 후보자가 이의 신청을 한 건 90여건 정도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당에서 많이 신청하고 있는데 반쯤은 국민의힘에서, 반쯤은 민주당 쪽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과거에 통상 많으면 300건 정도 조치를 했는데, 그건 자체 심리가 많을 때였고 이번에는 이의 신청이 다른 대선보다 한 10배 이상 증가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의가 기각된 비율도 높다.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의 기각 비율은 각각 0%(0건), 7.1%(20건)였지만 이번 대선은 12.7%(34건) 수준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언론에서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보도들도 불리하다 판단해 이의 신청을 하고, 그러다 보니 기각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후보자 입장에선 불합리한 기사가 나왔을 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게 심의 제도밖에 없다.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택도 없는 기사를 자꾸 이의 신청해 위축효과를 주는 게 기분 나쁠 순 있지만, 정정·반론보도를 통해서라도 언론사에 공정 보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권리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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