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로 두 달째 무단협 사태를 겪고 있는 SBS 구성원들이 파업에 나선다. SBS 31년 역사상 첫 파업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2일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보도부문 제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BS 보도본부, 아나운서팀, SBS A&T 영상취재팀, 영상편집팀, 보도기술팀, 뉴스디자인팀 소속 노조원들은 해당 기간 업무를 중단한다.
앞서 SBS본부가 지난달 22~28일 조합원 1024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811표(86.6%), 반대125표(13.4%)로 파업이 가결됐다. 투표율은 91.4%(936표)였다.
이번 파업은 지난 1월 SBS 사측의 임명동의제 삭제 요구에서 비롯됐다. 사측은 단협에 명시된 사장‧각 부문 최고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의 삭제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에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 10월3일부터 SBS 단협은 효력을 잃은 상태다. (▶관련기사: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 기고 'SBS 구성원들이 지금 파업을 말하는 이유')
SBS 노조는 지난달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노동위는 "임명동의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만 노사 간 현격한 의견 차이로 조정안을 낼 수 없다"면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종료했다.
결의대회를 앞둔 2일 사측은 사옥 정문을 봉쇄해 언론노조와 SBS본부가 준비한 무대 장비 반입을 막았다.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SBS 사옥을 찾은 외부 인사들과 취재기자들도 신분을 확인받은 뒤에야 로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정형택 SBS본부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 회사가 경영진 것인가. 우리가 청춘과 피땀으로 일궈낸 일터의 출입을 회사가 함부로 막을 수 있나"라며 "사측은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담은 단체협약을 무참히 해지했다. 싸우겠다고 뜨겁게 결의한 만큼 행동을 주저하지 말자"고 말했다.
SBS본부는 오는 6일 오전 11시 목동 사옥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한다. 당분간 제작을 유지하는 시사교양, 드라마, 예능부문 구성원들을 포함한 모든 조합원은 파업 기간 점심시간에 집중 피케팅에 나선다.
SBS본부는 조합원들에게 "부서장, 팀장 등이 파업 참가와 관련해 회유, 협박, 압력 등을 가할 경우 즉시 노조 집행부에 알려달라"며 "부당 개입, 지시 내용을 반드시 보관하고 증거를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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