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ABC 활용 중단하고 '5만명 구독자 조사'로 집행

문체부, 구독률·열독률 조사 및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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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의 부수공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간 부수공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ABC협회에 대한 사무검사를 진행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ABC협회가 이행 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언론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ABC 부수 기준을 제외하고, ABC협회에 지원했던 공적자금 잔액 약 45억원을 환수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BC협회가 제출한 최종 보고를 토대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가 제출한 최종 보고를 검토한 결과, 총 17건의 제도개선 조치 권고사항 중 10건의 불이행, 5건의 이행 부진, 2건 이행 등으로 실질적인 이행 결과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이에 따라 문체부에서는 ABC 부수공사의 신뢰성 회복이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정부광고 제도에서도 ABC 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문체부는 부수공사 과정 전반이 불투명하다며 ABC협회에 △표본지국 선정과 공사원 배치방식 개선 △지국 실사 방식 개선 △신임 회장 선출, 이사회 구조 개선 등 총 17건의 세부과제를 권고한 바 있다.

 

정부광고 제도 개편 방안.

"ABC협회 미온적이고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

문체부에 따르면 ABC협회는 지난달 30일 최종 보고에서 제도개선 조치에 대해 대부분 조치 완료 또는 개선 수용으로 보고했으나, 문체부는 이를 기존 현황만 서술하거나 이행 시기를 향후 계획으로만 적어 실제 실행 여부가 담보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황희 장관은 “신문업계,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제3자가 동등한 비율로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ABC협회는 협회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는 등 미온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또한 이번 권고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유가율 확인을 위한 추가조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ABC협회는 지속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문체부는 ABC협회를 제외한 관계 전문가들과 전국 20개 지국을 방문했으나 그 중 16곳은 지국장이 나타나지 않았고, 20개 지국 중 단 한 곳에서도 전산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가조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정부광고 제도 개편 방안.

문체부는 이에 따라 ABC 부수공사의 신뢰성 회복이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 법 개정을 통해 10월 이전에 언론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ABC 부수 기준을 제외하고 대신 핵심지표로 연내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독자 조사는 전국 16개 지자체 5만명을 대상으로 열독률(지난 1주간 열람한 신문)과 구독률(정기구독) 등을 대면 조사하는 방식이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수행한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및 심의 결과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자료를 활용하도록 정부광고 제도를 본격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참고지표로는 포털 제휴나 인력 현황, 법령 준수 여부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 장관은 “향후 ABC 부수의 정책적 활용 중단을 위해 정부광고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겠다”며 “연내에 구독자 조사를 차질 없이 시행해 내년도부터는 새로운 지표에 따라 정부광고를 집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독자 조사' 통계적으로 유의미할까

다만 문체부가 핵심지표로 삼겠다던 구독자 조사의 경우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또 조사 주체가 언론재단이 되면서 정부 입김이 세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김대현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5만명, 그 중에서 열독률 10%면 5000명, 이것도 지역으로 나누면 표본수가 작아지니 염려들을 하시는 거고 이해한다”며 “저희들도 마음 같아선 10만명, 20만명 하면 더 정확한 조사가 나오겠지만 국가 예산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그 문제 때문에 참고지표를 별도로 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사 자체는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독립성 등에) 큰 시비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런 방향으로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자료를 정부광고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부광고는 방송매체도 받고 있는데, 인쇄매체에만 사회적 책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지적이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방송은 현행 기준에 의해 진행을 하되 다만 사회적 책임 부분은 앞으로 반영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대현 미디어정책국장은 “사회적 책임을 지표로 도입한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광고를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점수화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BC협회는 문체부에 '제3자 검증안' 제안

한편 ABC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내 유일한 신문부수공사라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안주하지 않겠다”며 ‘제3자 검증안’을 문체부에 제안했음을 밝혔다. ABC협회는 “제3자 검증안은 매체사별 표집단계부터 공사원배정과정, 지국실사현장, 이의신청절차, 부수공사결과통보, 최종인증심사까지 모든 부수공사 절차를 포함한다”며 “문체부를 비롯한 언론재단, 학계, 전문조사기관 등 문체부가 권고하는 모든 방안을 수용하겠다. 제3자 검증안은 오는 8월 하반기 부수공사부터 실시가 가능하며, ABC협회는 검증안의 실현을 위해 부수공사 대상인 매체사와 현장실사 대상인 지국장을 상대로 적극적인 이해와 설득에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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