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전국 광역화 계획인 ‘ONE MBC’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권역별 광역화를 진행하고, 일부 지역 MBC를 본사와 통합하는 ‘메가MBC’란 중간단계를 거쳐 종국엔 모든 지역사를 본사와 합병해 단일 조직화하는 ‘ONE MBC’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지역사에선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지역별, 사별 사정에 따라 입장차가 확인된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전국 16개 지역MBC를 순회해 메가MBC 설명회를 개최했고 다음달 5일 서울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예정했다. 국회 이전과 맞물려 추진하는 ‘MBC세종’ 설립을 포함해 전국 MBC 광역화를 추진, KBS와 같은 전국 단일 조직을 꾸린다는 목표다. ONE MBC 추진은 메가MBC란 중간단계를 거친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모든 지역사를 한번에 본사와 통합하긴 어려우니 지역사를 권역별로 통합하되 일부만 우선 본사와 합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사는 전국 16개 지역MBC를 춘천·강원영동·원주MBC(강원권), 여수·목포·광주·전주MBC(호남권), 부산·울산·경남(영남권 경상남도), 대구·안동·포항(영남권 경상북도), 대전·충북(MBC세종) 등 4~5개 권역으로 나누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중 MBC세종과 강원권, 제주MBC가 메가MBC 단계에서 본사와 합병하는 지역사로 거론됐다.
MBC세종 설립후 권역별 통합 추진, KBS처럼 ‘전국 단일조직’ 꾸리기로
MBC 사측 관계자는 “회사의 기본 입장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구성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거다. 호남권을 전라남·북도로 나눌지, 영남권을 경상남·북도 하나로 합칠지 가능성은 열려있고 정해진 것은 없다. 본사와 합병도 검토가 필요한 어려운 문제지만 회사는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강원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권역별 TF가 운영돼 여러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역사들은 광고매출이 8년새 3분의 1로 급감하고 유보금마저 바닥을 보이는 등 미디어 산업의 위기와 지역의 위기란 이중고를 겪어왔다. 광역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위기를 타개할 여지가 생긴다는 인식이 추진 근간에 놓인다. 지역MBC에선 본사의 제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지역별, 사별 상황에 따라 입장차가 확인된다. 연말까지 사별 입장을 알려달라는 본사 요청을 두고 지역사 노동조합 다수는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MBC세종 설립과 더불어 합병이 얘기되는 MBC충북과 대전MBC는 온도차가 큰 쪽에 속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충주지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찬성 분위기가 강하다. 불안감을 상쇄하고 안정적인 방향을 다수가 요구하고 있고 (본사와 합병 등과 관련해)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드는 절차로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찬반투표 진행 시 반대의사가 표로 명확히 드러나는데 의견을 모으는 최선의 방식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MBC본부 대전지부 관계자는 “대전MBC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전, 충남, 세종시 등 3개 광역·특별자치지자체를 담당해왔는데 이전할 경우 정체성이 달라지고, 대전 인구는 150만명인데 세종은 나중에도 50만명 가량일 수 있다. 세종시로 이전 시 지역 반발과 지역성 구현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면서 “찬반 분위기가 혼재돼 있는데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로 의견을 모아보려 한다”고 했다.
일부 지역사, 중간단계 메가MBC 거치는 것 두고 “자칫 유야무야될라…”
중간단계로서 메가MBC에 의구심도 아직은 남아있다. 부산지부 관계자는 “메가MBC 단계를 쿠션으로 두고 있는데 애매모호하다. 자칫 중간에 홀드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인데 본사에서 좀 더 설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목포지부 관계자는 “메가MBC를 거치지 않고 곧장 가는 것도 괜찮지 않냐는 얘기가 구성원 다수에게서 나온다. 애초 광역화는 반대지만 ONE MBC로 간다고 하니까 찬성하는 건데 자칫 시간이 너무 길어져 유야무야될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고, 안동지부 관계자도 “박 사장 임기나 대내외 변수가 있는데 최종 목적지에 탈없이 도착할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진 지역사는 16곳 중 4곳 뿐인 만큼 소액주주 지분 처리는 향후 과제다. 메가MBC를 거치지 않는 합병 요구가 추가 제안될 수도 있다. 그 외 권역별 광역화 과정에서 키를 잡을 매체 선정 등 난제가 산적했다.
지역성이 약화되는 지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본사는 MMS 채널(MBC2)을 도입해 지역 시사나 뉴스를 방송하겠다는 대안을 냈지만 이는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고, 광역화는 물리적으로 지역성 약화를 전제할 수밖에 없어서다. 원주지부 관계자는 “회사 존립을 생각해선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지역성 훼손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춘천지부 관계자도 “여러 문제가 섞여 있지만 특히 지역성, 공영성 약화를 어떻게 해소할지 구체적이고 단호한 답이 필요하다고 본다. 논의 과정에서 주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