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들 "CP 입점할 마지막 기회", "치열한 경쟁 엄두 안 나"

9개 지역언론사 '포털 CP 특별입점 논의' 과정과 매체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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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논란은 지난 2018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해 10월 네이버는 콘텐츠제휴사(CP) 70여곳 가운데 44개사만 참여한 ‘언론사편집판’ 중심으로 모바일 뉴스 화면을 개편했다. CP는 포털 뉴스제휴 중 가장 높은 단계인데, 지역언론사 단 한 곳도 여기 속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언론계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지역언론을 배제하며 지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비판이 커지자 당시 활동 중이던 4기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내부 TF를 구성해 지역언론 입점 문제를 논의했다. 지역언론에 가산점 부여, 할당제, 별도 심사 트랙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 PC제휴사인 강원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에 대한 네이버 모바일제휴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지역언론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모바일 지위를 얻은 지역언론 3사는 2019년 9월 네이버 언론사편집판에 입점했다.

지역사 대거 입점시키는 대신 평가·제재 장치 더 강화

지난해 4월 출범한 5기 제평위도 지역언론TF를 꾸려 이 사안을 의논했다. 입점 심사 시 지역언론사에 일괄적으로 ‘사회적 가치성’ 항목(10점 만점)에 8점을 부여하는 방안이 권고됐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지역언론사는 지난 1월 발표된 CP 입점 명단에 들지 못했다.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6기 제평위 역시 지역언론의 입점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했다. 내부 의견 수렴 끝에 6기 지역언론TF가 마련한 ‘지역매체 특별 심사 규정’은 전원회의를 통과해 실제 적용을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제평위 지역언론사 ‘특별 입점’ 심사한다)

특별 심사 당사자인 지역언론사들은 이번 제평위 의결이 반가우면서도 ‘우리가 선정되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번 심사는 1회성인 데다 일간지, 민영방송, MBC, 주간지, 전문지, 인터넷신문 등 각 지역에 소재한 매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지원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A 지역언론사 디지털부문 임원은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니 엄두가 안 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걱정되고 불안함도 크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B 언론사의 디지털부서장도 “사실상 이번에 못 들어가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이 소식을 접한 지역언론사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CP 입점 시도를 여러 번 해본 곳과 (상대적으로 자체기사 비율이 높은) 방송사가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평위 의결안에 따르면 모든 지역언론사가 특별 심사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검색제휴’ 자격이 신청 요건이다. 포털 뉴스제휴는 ‘검색-스탠드(네이버만 해당)-콘텐츠’ 단계로 구성된다. 심사를 통해 평균 점수가 각각 60점, 70점, 80점 이상이어야 제휴를 맺을 수 있다. 일례로 강원일보는 네이버 CP사지만 카카오의 검색제휴사는 아니어서 이번 심사 때 카카오 CP 입점 신청을 할 수 없다. C 언론사 디지털담당 간부는 “검색제휴사가 아니라고 해서 특별 심사에 참여할 기회조차 봉쇄되는 건 아쉽다”며 “자체기사, 지역자체기사 비중 요건도 지역언론사들이 힘들어하는 규정이다.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3개월마다 모니터링을 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도 가혹한 조건”이라고 했다.

일각 “자체기사 정의 모호” 우려

제평위는 특별 심사를 통해 지역언론사를 대거 입점시키는 대신 평가와 제재 장치를 강화했다. 기존 정례 심사 평가팀엔 제평위원 30명 중 최소 9명이 참여하지만 이번 특별 심사에선 최소 14명 이상이 참여토록 했다. 특히 3개월마다 모니터링을 실시해 입점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바로 퇴출하고 1년간 제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번에 신설한 ‘자체기사 생산 비율(30%) 중 80% 이상이 해당 지역 기사여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포털에 CP 계약 해지를 권고한다는 내용도 언론사들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여러 우려도 제기된다. 제평위 심사 때마다 언급되는 ‘자체기사’ 정의에 대한 모호성, 현장과 평가단의 인식 차이, 심사위원들마다 다른 심사 기준 등이다. 이번엔 9곳으로 나뉜 지역 권역별 규모 차이에 대한 불평도 나온다. D 지역언론사 디지털부서 실무자는 “인천경기나 부울경은 그동안 CP를 지원했던 언론사도 많고 타지역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역을 일률적으로 9개로 나눠 1등만 통과시켜주기보다 지역언론 중에서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느냐를 제대로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 심사는 지역언론을 배려하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한편에선 지역언론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2015년 제평위 출범 이후 CP 입점 심사를 통과한 매체는 8곳에 불과하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CP로 진입하는 매체가 적정하게 있어왔고 지역언론도 합류하는 구조였다면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특별 심사는 CP 입점을 위해 투자해왔던 비지역매체들에 큰 상실감을 줄 것이다. 입점 평가와 모니터링 등이 제대로 이뤄질 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진행될 심사 과정에서 제평위와 지역언론은 이 같은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 제평위는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지역언론은 포털에 입점해야 할 이유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B 언론사의 디지털부서장은 “최근 제평위 심사를 보면 평가에 맞춰 몇 달만 준비해선 안 되고, 조직 전체의 체질이 변해야 통과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심사에서 우리가 변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려 한다.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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