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 고양이가 산대" "어디에?" "부산일보에~"

동물보호단체 취재로 인연 맺어
뉴콘텐츠팀서 두 마리 입양 결정
참여형 저널리즘, 장기 연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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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에 새 식구가 생겼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 두 마리다. 매끈한 잿빛 털을 가진 ‘우주’와 하얀 털이 몽글몽글한 ‘부루’는 지난달부터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서 살고 있다.


부산일보 사람들이 ‘고양이 집사’가 된 사연은 특별하다. 지난해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를 취재하던 서유리 기자는 어렵게 구조됐는데도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해 입양되지 못하는 동물들의 사연을 접했다. 우주와 부루도 그 중 하나였다.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된 두 아이는 한 쪽 눈이 위축되고(우주), 각막에 상처가 있는(부루) 탓에 수개월째 가족을 찾지 못했다.

 

매끈한 잿빛 털을 가진 ‘우주’(아래)와 하얀 털이 몽글몽글한 ‘부루’는 지난달부터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서 살고 있다. 두 아이는 지난해 불법 번식농장에서 어렵게 구조됐지만 한 쪽 눈이 위축되고(우주), 각막에 상처(부루)가 있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취재는 끝났지만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가 던진 한마디에 서 기자의 마음은 무거웠다. “대표님이 장난삼아 ‘서 기자, 언제 입양해가노’ 하시는데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덜컥 입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고민만 하고 있었어요.”

 

지난해 12월 디지털미디어부 소속 뉴콘텐츠팀으로 자리를 옮긴 서 기자는 부서 회의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고양이들을 회사에서 돌보면서 반려가족을 찾아주면 어떨까요?” 뉴콘텐츠팀 이대진 팀장과 팀원들은 오랜 고민 끝에 고양이들을 맡기로 했다.

 

더 큰 난관은 회사의 허락이었다. 뉴콘텐츠팀은 어디서 어떻게 키울지, 평소 관리와 향후 입양은 누가 책임질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참여형 저널리즘’을 표방해 동물권 관련 장기 연재물도 기획했다. 이들의 노력에 회사는 법인카드를 건넸다. 편집국에 있는 취재실 두 곳과 그 앞쪽 공간이 고양이 집으로 변했다. 우주와 부루가 온 이후 조금은 삭막했던 편집국에 활기가 돈다고 한다. 이대진 팀장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포근한 거처를 마련했다. 라이프 심 대표님도 응원해주셨다”며 “편집국장을 포함해 여기 와서 애들과 놀아주는 분들이 많다. 임시보호 형식으로 공동육아를 하다가 편집국원 중 가장 적절한 분에게 정식으로 입양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편집국 고양이들의 양육과 기획보도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서유리 부산일보 기자가 우주와 부루가 지내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두 고양이의 집은 부산일보 편집국 내 취재실 두 곳과 앞쪽 공간에 마련됐다.

우주와 부루의 이야기를 담은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기획보도로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고양이 양육과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서 기자는 우주와 부루가 구조된 불법 번식농장 실태부터 동물보호법의 허점, 유기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사육동물 문제 등 동물권 이슈로 확장해 기획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서 기자는 “자칫하면 동물을 콘텐츠용으로 소비한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언론사 구성원들이 동물을 직접 키우면서 동물권 문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동물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구조된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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