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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외압 막으려 만든 제평위, 언제부턴가 기득권이 됐다

설립 5년 내내 불공정·폐쇄성 시비, 위원들 전문성·제재 기준 제각각
"양대 포털, 제평위에 책임 전가"… 5년 간 신규 CP 통과율 1%도 안돼

김달아 기자2021.03.03 15:55:26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설립된 독립기구.’ 네이버가 밝힌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의 성격과 설립 취지다. 국내 양대 포털사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2015년 10월 세운 제평위는 두 포털의 뉴스 제휴, 제재, 퇴출 심사를 담당한다. 국내 뉴스 유통이 포털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언론사들의 포털 입·퇴점을 결정하는 제평위 역시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평위 출범 5년을 맞은 현재, 바람직한 뉴스 생태계를 위한 제평위의 역할과 존립 여부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 5년을 맞아 지난달 26일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사회자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 발제자인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토론자 임장원 KBS 시사제작국장, 이희정 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 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이들 모두 전현직 제평위원이다. /웨비나 영상 캡처

“제평위 설립 목적은 어뷰징·외압 해소”

제평위 출범 당시 포털 뉴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어뷰징 기사였다.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제목이나 일부 내용만 바꾼 기사를 여러 번 출고하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저질 기사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타사 기사를 허락 또는 확인 없이 베껴 쓰고, 뉴스가치 없는 사안을 자극적으로 가공해 보도하는 행태도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두 포털사는 ‘건강한 저널리즘 복원’을 내걸고 제평위 설립을 추진했다. 한편에선 포털이 자체 뉴스 제휴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과 외부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독립기구를 내세운다는 시선도 있었다.

 

실제 제평위 출범 이후 노골적인 어뷰징 기사는 포털에서 사라졌다. 뉴스 제휴 심사의 부담도 포털 대신 제평위가 짊어지게 됐다. 포털 이슈를 연구해온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포털이 제평위를 만든 목적 자체가 어뷰징 기사와 외부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어뷰징은 상당히 완화됐고 힘 있는 단체들이 제평위에 참여하면서 외압 문제도 다소 해결했다”고 말했다.

 

늘 뒤따랐던 공정성·폐쇄성 논란

이런 성과에도 제평위 활동엔 늘 논란이 뒤따랐다. 먼저 제평위 구성 단체 문제다. 제평위는 내부 정책, 제도, 규정 등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와 뉴스 제휴를 심사하는 심의위원회로 나뉜다. 심의위의 경우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 15개 단체가 2명씩 추천한 인사 30명으로 구성된다. 15곳 가운데 언론사용자단체(한국방송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온라인신문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케이블TV방송협회 등)의 비중이 가장 높은 데다 평가 대상 언론사가 속한 한국기자협회 등이 심사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제평위원들의 전문성과 심사의 공정성도 수차례 논란을 불렀다. 뉴스 제휴 심사는 정량평가(기사생산량·자체기사량·윤리적 실천의지) 20점과 정성평가(저널리즘 품질요소·윤리적 요소·이용자 요소) 80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기수마다(최대 3년 임기) 교체되는 위원에 따라 점수가 크게 갈릴 여지가 있다. 제재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조선일보가 ‘제3자 전송’으로 포털 노출 중단 15일에 준하는 벌점을 받았지만, 실제 징계는 노출 중단 48시간과 재평가에 그쳐 제평위가 대형 언론사를 봐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평위 운영의 폐쇄성도 문제로 꼽힌다. 제평위원 명단과 회의를 공개하지 않고, 각 언론사에 심사 결과를 통지할 때도 항목별로 구체적인 점수를 알리지 않는다. 또한 제평위 자체가 하나의 기득권이 돼 높은 입점 문턱을 유지하려 한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제평위 출범 후 지난 5년간 신규 콘텐츠제휴사(포털에서 광고료 지급) 통과 비율은 0.77%(전체 1033개 매체 지원, 8개 통과)에 불과했다. 이뿐 아니라 심사 지표에 지역언론, 장애인, 젠더, 1인 미디어 등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등도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송경재 교수는 “현재 제평위는 제휴와 평가에만 매몰돼 이 언론사를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만 고민하는 조직이 됐다”면서 “초기 목적을 다했으니 발전적인 해체 내지는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평위에 책임 전가한 포털… 역할·방향성 개편 불가피

제평위가 설립 5주년을 맞아 지난달 26일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기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모두 전현직 제평위원인 발제자, 토론자들은 기존 제평위 해체까지 언급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심사 제도 개편안으로 △검색 제휴 입점 심사 폐지 △제휴매체에 대한 제재와 재평가 기능 활성화해 자정 기능 강화 △검색제휴에서 뉴스스탠드제휴, 콘텐츠제휴로의 승급은 포털에서 자체적으로 심의·결정 등을 제시했다. 제평위 구성에 대해선 △기존 구조를 해체한 뒤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언론에 전문성을 가진 중립형 인사가 참여해 전적으로 심의만 전담 △기존 구조에서 운영위원회 기능 강화와 심사위원회 중립성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뒤이어 토론에 참여한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제평위의 성격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제평위는 공적기구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권한은 포털(사업자)과 언론사의 계약 관계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제평위라는 조직이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뉴스 대부분이 포털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공적인 문제로 여겨져 정치권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제평위는 포털 측 자문 기구”라며 “시민과 언론은 제평위에 뉴스 생태계 전반에 관여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뉴스 계약과 해지에만 관여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박사도 외부에서 날로 높아지는 기대와 달리 이 안에서 제평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박사는 “제평위 자체가 사적 계약관계 안에 있고, 포털은 제평위를 통해 자신들의 책임을 외주화했다”며 “여러 비판과 정치적인 압력을 제평위가 떠안는 구조가 됐다. 그게 30명에 분산되면서 책임은 많지만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기 제평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희정 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제평위 출범 후 포털과 언론 생태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뷰징 해소 등 성과가 없진 않지만, 제평위 활동보단 포털 자체의 실행으로 이용자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이 전 실장은 “출범 당시 우려했던 것처럼 포털은 귀찮은 문지기 역할을 제평위에 남겨두고 정작 중요한 결정은 밀실에서 좌지우지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포털은 언론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오만할 정도로 무신경했고 언론사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무기력했다”며 “오늘 같은 세미나에서도 큰 힘을 가진 포털은 빠져있지 않나. 지난 5년간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 포털도 같이 논의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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