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제도 자체가 신문산업 불공정 이끄는 구조로 작용"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긴급토론회

  • 페이스북
  • 트위치

지난해 11월 한국ABC협회 내부에서 일간신문 공사의 부정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며 부수 조작 폭로가 나오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지국을 현장 조사하면서 ABC제도의 투명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긴급토론회’에선 “발행부수 조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공사 과정 불투명해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ABC협회 부수 조작 문제를 내부 고발했던 박용학 전 사무국장은 이날 특별발언을 통해 “ABC제도는 광고가의 합리화를 위해 탄생한 제3자 감사제도이고, 특히 9000억원에 달하는 인쇄매체 광고와 2000억원 수준의 정부광고 집행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라며 “따라서 ABC협회는 규정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객관적 부수를 발표해야 하지만 지난 5년간의 공사 결과는 신뢰성을 잃었고 공사 과정은 불투명하여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긴급토론회’에서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 전 사무국장은 △ABC협회가 역량과 적격에 맞는 공사원을 배정하지 않아 결과의 왜곡을 초래하고 △표집지국의 교체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했으며 △보정자료 역시 상세하게 관리하지 못해 최근 보정자료 제출을 ABC협회가 신문사에 요청하고, 공사 결과가 바뀌는 비상식적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ABC협회는 2019년도분 공사 결과에서 A신문의 지국 성실률이 95.94%, B신문의 경우에도 93.73%라는 발생할 수 없는 사항을 조사 결과로 발표했다”며 “그동안 수많은 언론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문체부, 광고주협회의 개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신뢰 훼손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문체부에 일간신문의 공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보조금법, 공정거래법 위반…사기죄 해당할 수도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와 관련, ABC협회와 정보를 왜곡한 신문사들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문체부 조사에서 유료부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형사상으론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고, 허위자료로 신문 우송료 등을 수령했다면 보조금법 위반이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또 형사 처벌과 함께 과징금 역시 부과할 수 있다. 보조금 같은 경우엔 이미 지급받은 금액은 환수가 가능하고 그뿐만 아니라 제재 부과금까지 지급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ABC제도의 전면적인 개선 권고와 함께 ABC협회장에 대한 주의 조치, 외부 기관의 전수 조사 권고가 있어야 한다. 만약 ABC협회가 이에 불응 시 행정적 지원과 부수 공사 자료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현재 신문사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를 개편하고 국회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을 개정해 부수 조작 시 과징금 부과율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BC제도 자체가 문제…제도적 규칙 바꿀 필요도

허찬행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다만 “이번 문제는 특정 신문사만이 아니라 모든 신문사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들여다보면 ABC제도 자체가 신문 산업의 전반적인 불공정, 비효율을 이끄는 구조이자 문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허 교수는 △정부광고뿐 아니라 지자체 광고나 공공기관의 언론 지원 사업의 자격기준에 ABC협회 회원사 가입이 필수적이고, 부수 규모가 광고 집행 단가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 △감사를 받는 신문사들이 ABC협회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해 그들의 이해관계가 과다하게 대표되고 있다는 점 △ABC협회의 감사 결과를 감시하거나 검증할 기구가 없다는 점 △광고주들이 ABC협회 이사회에 거의 참여하지도 않고 공사 자료를 실제 광고 집행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관 개정을 비롯해 이사회 구성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외부인이 참여해 공사 결과를 감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인증위원회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가 아예 기능할 수 없다면 아예 제도적 규칙을 바꿀 필요도 있다. 현재 준유가 부수라고 해서 ‘세트지’를 제공해도 유가 부수로 인정받는 시스템인데 그보다 실질적으로 발송 부수가 있으면 그게 무료가 됐든 아니든 도달률을 보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아니면 의미 없는 ABC협회 회원가입 유무나 유료 부수로 군을 나누는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을 다른 합리적 지표로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