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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엔 없는 뒷이야기, 귓속으로… 언론사·기자 '클하' 열풍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

최승영 기자2021.02.24 15:20:05

요즘 평일 오후 3시30분이면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이하 클하)에 ‘ASMR뉴스’ 방을 연다. “헤드라인에 안 보이는 이야기까지 잘 들리게!”라는 설명대로 직접 고른 뉴스 7~8개를 읽고 자세히 설명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이야기, 재난지원금에 대한 견해 등 대화와 토론도 이뤄진다. 발언이 부담스러운 이를 위해 동시간 카카오톡엔 오픈채팅방이 열린다. 불쑥 방을 열어 사는 얘기를 편하게 나누기도 한다. 지난 8일 클하를 시작한 그의 팔로워는 지난 22일 오후 기준 3500명이 넘는다. 방 개설 시 참석자는 수백명대다. 그는 “아나운서 직군은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데 막연히 생각한 꿈을 당장 실행해 볼 수 있는 장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동기”라면서 “레거시의 짜인 편성과 달리 원하는 주제의 방이 없다면 직접 열고 연사도 초청할 수 있는 것처럼 열린 미디어가 주는 생동감이 장점이다. 제일 재미난 요소는 이만큼 사람이 모이고 어떤 의견이라도 주고 싶어 참여해 주신다는 것”이라고 했다.

 

새벽 브리핑부터 명사 강연까지… 기성매체들, 클럽하우스 대응 준비

‘클하’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언론사와 기자들의 이용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신생 플랫폼 특성에 맞춤한 가장 바람직한 매체적 활용 방안을 두고 모색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레거시미디어로선 뉴스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며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론을 과제로 부여받은 셈이 됐다.

 

한국일보 커넥트팀 이혜미 기자는 지난 16일부터 클하에 매일 오전 5시 ‘모닝 루틴 방’을 연다. 최근 MZ세대에서 유행 중인 ‘미라클 모닝’ 트렌드와 맞물려 참여자와 모닝 리추얼을 나누고, 조간신문 기사를 ‘순삭 브리핑’한다. 30여분간 여는 방엔 꾸준히 12~15명이 들어오고 있다. 향후 독자 접점과 콘텐츠 확장 측면에서 활용할 부분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는 개인적인 실험 차원이다. 그는 “플랫폼 속성을 고려해 함께 루틴을 만들며 동질감을 쌓아가되 뉴스를 끼얹자고 생각했다”며 “(클하는) 콘텐츠 저장이 안 돼 유통 채널로 도움은 안 되겠지만 대중과 매체의 간극을 좁힐 계기는 될 거라 봤다. 낡게 여겨지는 매체를 힙하게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방을 열어 질의응답도 해봤는데 ‘기자에 대한 궁금증은 있는데 결과물만 받아보니 잘 알 수가 없었겠구나’, ‘기자들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클하)를 두고 맞춤한 대응을 위한 언론계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효석 연합뉴스 기자,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 등이 지난 21일 열었던 혐오 관련 토론방의 일정이 예고된 모습 캡처(위).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매일 오후 방을 열어 뉴스를 자세히 소개하고 참여자와 대화, 토론을 나누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플랫폼과 이용자 특성이 상당히 고려된 경우다. 클하는 현재 애플IOS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군이 아이폰 사용자의 부분집합이다. 초청장을 받아야 참여할 수 있는 만큼 대외 활동이나 의견 피력에 적극적인 이용자층을 상정할 수 있다. IT와 경제·산업부문 전문가, 문화예술계 종사자, 젊은층, 여성이 대표적이다. 다만 콘텐츠가 저장되지 않아 뉴스 유통 채널로써 활용도는 떨어진다.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가 말하고 듣는 실시간 대화 자체가 콘텐츠란 점도 특징이다.

그간 레거시미디어의 콘텐츠 서비스 중에선 클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례가 존재한다. CBS 자회사의 강연 콘텐츠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세바시)는 ‘세바시클하’를 운영 중이다. 인기 강연자를 초대해 강연을 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기존 포맷은 큰 변화 없이도 클하에서 유효하다. 충성도 높은 2030여성들을 주 이용자로 23일 현재 팟빵 2만4000여명, 유튜브 31만1000여명 구독자를 보유한 중앙일보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 지는 라디오)도 콘텐츠 성격이나 이용자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얼마전 듣똑라는 클하에 방을 열어 지난해 코로나19로 진행 못한 오프라인 모임을 대신하고 수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클하 활용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주엔 클하에서 인터뷰를 예정하고 있다.

김효은 듣똑라 팀장은 “아직은 프로그램을 짜거나 하는 구체적인 (활용)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은 오디오 플랫폼의 보완재로 보면서 반응을 살피는 실험 단계”라며 “제작자가 참여 안하더라도 저희를 중심으로 독자분들이 모여 오늘 올라간 콘텐츠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 장으로서, 특히 목소리로 얘길 나누다보니 보다 긴밀한 커뮤니티로서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실시간 소통하지만 콘텐츠 저장은 안돼… 돌발상황 등 취재윤리 논란 예상도

전문성을 갖췄거나 독자와 소통에 능한 기자들에겐 개인 브랜딩이나 홍보의 창구가 될 여지도 있다. 유지영 오마이뉴스 기자는 지난 16일 시민기자로 난민법 관련 연재를 한 이일 변호사와 함께 방을 개설해 대화를 나눴다. 전문기자들의 가입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도 지난 19일 영화 ‘미나리’에 대한 방을 개설하는 등 두 차례 방을 연 바 있다.

신생 플랫폼에 맞춤한 대응과 별도로 클하는 향후 기자들의 취재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재호 한겨레 사회부 기자는 지난 15일 <비대면 설, 목소리 SNS ‘클럽하우스’로 통했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클하에 방을 열고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보도인용 예정’이라 명시를 하고 취재편의상 방을 열었는데 짧은 시간 100여명이 들어와 얘길 해 주시더라”며 “코로나19로 새 사람을 만나 얘기 듣는 게 쉽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발제가 사라진다는 얘길 기자들끼리 했는데 취재 활용 방법으로 충분히 쓸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현재는 플랫폼 자체가 뉴스거리이지만 향후 더 성장 시 클하가 타 플랫폼처럼 일종의 출입처가 될 소지도 있다. 재계 거물, 스타트업 대표, IT 전문가 상당수가 활동을 시작하며 관련 부문 기자 다수가 들어왔다. 재·보궐선거를 맞아 정계인사들이 잇따라 클하에서 발언을 내놓으며 정치부 기자들은 ‘클하’발 기사를 내놓고 있는 터다. 경제지에서 근무한 김용운 피렌체의식탁 편집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처럼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클하에서 얘길 하면 곧장 뉴스거리가 나오거나 추가 취재할 수 있는 내용이 언급될 수 있다. 기자들에겐 페이스북 마와리에 이어 클하 마와리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클하 방은 보통 저녁이나 늦은 밤처럼 일과 이후 열린다. 언론사 데스크급 이상 중 아이폰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고 결국 현장 기자들에게 하중이 될 게 뻔하다”고 했다.

향후 취재윤리와 관련한 구설도 예상된다. 최근 SBS가 클하 이용자 대화를 동의 없이 음성변조해 보도(<클럽하우스 뭐길래??...음성 SNS에 열광하나>)에 썼다가 대화 참여자들로부터 반발을 받았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 없고 곧장 답변해야 하는 플랫폼 특성상 언론사의 소통 시도가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IT와 게임을 담당하며 언론계에서 가장 적극 클하를 사용해 온 기자 중 하나인 이효석 연합뉴스 기자는 “‘이루다’ 사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며 언론의 기사내용, 기사화 방식에 대해 독자들의 가감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다”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보여주는 뉴미디어 근간엔 양질의 콘텐츠와 더불어 구독자를 주체로서 대접하는 소통이 자리한다. 클하는 그걸 어려워해온 레거시를 도와줄 툴이라 본다”고 했다. 이어 “오럴 리스크가 큰 채널이지만 키보드 배틀과 달리 음성 대화는 정중하게 말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특권의 집단이 아니라 미디어란 결과물, 상품을 만드는 직군의 일인으로서 동등하게 토론하고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독자와 접점을 넓히고 소통하는 채널로 언론이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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