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디지털 분리 매체들, 실시간 대응팀 고민

중앙 EYE팀 격상… 디렉터 신설
효율적 속보로 취재부서 시간 벌어

한국, 현장기자가 맡되 '선택과 집중'
온라인공간이 출입처인 '이슈36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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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감행해 온 중앙일보가 ‘실시간 이슈대응’ 역할을 담당해 온 EYE팀을 EYE디렉터로 격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속보’를 최우선시 하는 조직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신문과 디지털 조직 분리로 혁신의 방향을 잡은 신문사들에선 같은 고민이 반복될 소지가 큰 만큼 향후 이들이 내놓을 해답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4일 정례인사를 통해 EYE 디렉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7월 중앙일보는 “품질과 정확성 제고”를 목표로 기존 EYE팀을 EYE1팀(정치), EYE2팀(사회)(이상 사회디렉터 산하), 경제EYE(경제산업디렉터 산하) 등으로 나누는 개편을 실시했는데, ‘EYE팀’으로 다시 통합 편제하고 팀을 부서로 격상시킨 것이다. 개편사유는 “속보기능 효율성 제고”다. 개편 이후 EYE디렉터 산하엔 팀장을 포함해 16명의 기자가 소속돼 오전 2시~5시를 제외한 하루 24시간 ‘이슈대응’을 맡고 있다.



국내 신문사 중 신문과 디지털 조직 분리라는 방향의 개편을 가장 먼저 실시한 중앙일보는 전환 초기부터 EYE팀을 지속 유지해왔다. 시행 초기 PV를 올리는 기사만 썼지만 “1000만 PV가 나와도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방향을 개선했다. 대응 속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정경사’ 등 스트레이트 부서의 속보 처리가 주 업무다. 이슈를 선점하고 취재부서에 2~3시간 가량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커뮤니티 사이트 실검, 라디오 인터뷰, 정치인 페이스북, 연합뉴스 기사 대응 등을 맡고, 나아가 온라인 이슈를 발굴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EYE팀과 타 부서 팀장들이 속한 카톡방에선 정말 소통이 많이 이뤄진다. 반드시 써야될 경우, 안 써도 되지만 써주면 좋을 상황 등에 따라 다른 표기를 해서 요구한다”며 “출입처 담당 부서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조정하는 데 시니어가 필요해져 EYE팀에 디렉터가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초기엔 혁신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PV를 벌충하려는 목적이 강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역할이 자리 잡았고 단독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시간 이슈대응’을 담당하는 부서의 역할은 그간 언론사에서 ‘필요악’처럼 여겨져 왔다. 온라인 이슈에 대한 발빠른 대응은 영향력 확대, PV 점유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속도’에 방점을 둔 결과물은 종종 품질 문제로 지적받고 언론불신의 근원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출입처 기자가 쉼없이 쓰는 속보, ‘닷컴’·‘온라인뉴스부’ 등 전담 부서에서 쏟아내는 온라인 기사가 저널리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인지 고민은 진행형이다.


특히 신문과 디지털 조직을 분리하는 디지털 전환 방향을 제시한 신문사에서 이는 주요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장 기자들에게 ‘실시간 이슈대응’을 맡기는 순간 신문에 힘을 덜 쏟고, 디지털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고민토록 한다는 목표는 어그러지기 쉽다. 출입처 발 뉴스를 처리하다 정작 디지털 콘텐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담 팀이 존재해 현장 기자들을 지원하면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이는 그간 디지털 뉴스 품질 관련 문제제기와 맞닿는다.


이와 관련 지난해 새 CMS 도입과 신문·디지털 분리 조직개편을 단행한 한국일보는 ‘온라인 기사 많이 쓰는 게 혁신이냐’는 기자들의 아우성을 거친 끝에 현재 나름의 답을 낸 쪽이다. 한국일보는 개편을 거치며 속보를 현장 기자가 처리하기로 정했다. 이슈대응을 담당한 임시 부서 ‘63팀’을 없애고 부서들에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 경우다. ‘이슈365팀’의 존재도 유념할만하다. 팀은 온라인 공간을 출입처로 삼지만 기동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타 부서 지원 역할도 맡지 않는다. 출입처 중심 시스템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을 커버하는 독립적인 팀이다. 팀은 한국일보 전체 부서 중 가장 많은 PV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팀장은 “2019~2020년 닷컴과 네이버, 다음 플랫폼의 한국일보 콘텐츠 지표를 분석한 결과 어뷰징이나 실검대응 기사가 매체 영향력과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기사 수를 적절한 수준에서 줄이자고 요구하고 있다. 전담팀을 두기보다 양질의 뉴스를 늘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자들의 피로누적이 심한 상태라 조정이 필요하다. 급작스런 조직 변경은 악화시킬 수 있어 점진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과 디지털 분리 계획을 논의 중인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서도 향후 이 문제는 깊이 논의될 수 있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모바일팀에서 부서별로 쓰지 못한 속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팀 내 웹편집과 이슈대응 역할이 혼재돼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온라인에도 의미있는 이슈가 많은 만큼 이슈팀(가칭)을 신설해 꼭 쓸 것만 쓰도록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신문 한 기자는 “2017~2018년 쯤엔 디지털콘텐츠부에서 온라인용 이슈대응을 맡았는데 부서로 인사가 난 젊은 기자들의 반발이 극심해 결국 부서가 해체됐다. 지금은 부서별로 맡겨 주로 오전에 이슈대응을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개편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이 문제라 본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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