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윤리규범,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 윤리헌장 공청회

기협, 신문방송편집인협, 한국인터넷신문협 '윤리헌장' 공동 제정
공청회 의견 수렴 거쳐 내년 선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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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후원한 언론윤리헌장(가칭) 공청회가 16일 언론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후원한 언론윤리헌장(가칭) 공청회가 16일 언론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언론 윤리규범,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마련한 언론윤리헌장(가칭) 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언론계 인사들은 헌장의 실효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언론윤리헌장(이하 헌장) 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는 16일 세 단체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관·후원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헌장 초안을 공개하고, 제정 추진 배경과 지난 3개월여의 논의 과정을 밝혔다.

배 교수는 새로운 언론 윤리규범을 만든 배경으로 △우리사회의 가치 기준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고 △디지털 시대 도래로 언론사 내부의 취재보도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시민의식이 높아져 권력을 도덕적인 잣대로 비판하는 언론 스스로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언론계 내부에서도 윤리적이지 못한 언론은 더 이상 시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자성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세 단체를 통해 언론계 스스로 새로운 윤리규범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정위원회가 제시한 9가지 윤리 원칙은 △진실을 추구한다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공정하게 보도한다 △독립적으로 보도한다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 △디지털 기술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등이다. 원칙마다 세부 내용이 달려 있어 A4 3페이지 분량이다. 


배 교수는 "국내외 언론 윤리규범을 비교분석해 공통분모를 찾았고 한국언론 현실에서 끝까지 요구되는 핵심 원칙을 담아 구체적인 문안을 작성했다"며 "보도와 비평 활동을 하는 모든 언론인들에게 지침이 되는 규범이 되길 바라면서 '헌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실행 주체도 '윤리적 언론'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헌장의 내용을 평가하고 보완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박록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서울신문)은 "언론집단 구성원 모두가 헌장을 금과옥조로 여길 수 있으려면 실효성 있는 실천과제를 제시해야 한다"며 "헌장 주체인 언론의 범주도 명확해야 한다.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포털, 유튜버, 블로거들도 여기 포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도 먼저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헌장이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헌장이 저널리즘의 가치와 책임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바람직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어떻게 권고하고 주문할 것인지, 자율규제를 넘어 타율적 규제도 이뤄져야 하는지, 친사회적 보상과 처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헌장을 읽은 사람들이 '이걸 지켜야겠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헌장 전문에 '독자와 시청자를 존중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시민들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고 커뮤니케이션 권리의 주체들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언론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들의 권리를 대신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사회적 사명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아 언론인 스스로가 (윤리규범 준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헌장에 '진실 추구', '공정 보도' 등이 담겨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대적 진실과 상대적 공정이 존재한다.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언론은 더 이상 자율규제를 못 한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헌장 제정을 계기로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교육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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