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유료 콘텐츠 구독도 '네이버 가두리'에 들어가나

동아·중앙·조선·매경·머투·한경 등
경제 주제 '지식 플랫폼' 시범 운영
네이버에 수수료 주고 남는 것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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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다.” 네이버의 구독형 지식 콘텐츠 플랫폼에 참여하는 한 언론사 A 관계자의 말이다. 네이버가 조만간 구독형 지식 콘텐츠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인 가운데, 언론계에선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네이버의 유료 콘텐츠 실험이 성공할 경우 언론사 콘텐츠 유료 구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뉴스 유료화마저 포털 가두리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게다가 네이버의 실험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가장 큰 플랫폼조차 유료화에 실패했다는 절망이 업계를 뒤덮을 수 있다는 공포도 한편에 자리 잡는 형국이다.



네이버는 24일 열린 ‘CONNECT 2021 기자간담회’에서 구독형 지식 콘텐츠 플랫폼의 준비를 기정사실화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디어 쪽에서 구독형 플랫폼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언론사 총 누적 구독자 수가 2000만명을 넘었고, 정기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받아보고 싶다는 욕구는 분명히 있(는 듯 보인)다. 여기에 유료 콘텐츠 실험을 하고 싶어 하는 언론사 니즈(요구)도 있었다”면서 준비 배경을 설명했다.


한성숙 대표는 “현재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단순히 유료로 전환하는 것으론 성공적 모델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가능하도록 결제 수단 방식, 알림, 툴을 제공하려 하고 있고 어떤 콘텐츠가 유통됐을 때 사용자들이 좋을 것인지도 논의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기보다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여기에 더해 아직 유예 기간이긴 하지만 2년 반 뒤면 사라질 전재료와 차츰 힘을 빼고 있는 주제판을 보완하고, 언론사와의 상생 명분을 쌓는 측면에서도 네이버가 이번 실험에 나서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구독형 플랫폼은 한 대표도 밝혔듯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보다 일부 언론사에 한해 시범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구독형 플랫폼 준비는 올해 언론사 편집판 개편 작업 이후 진행돼 왔고, 현재도 일부 언론사와 접촉해 협의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협회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와 협의를 하고 있는 기성 언론사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한국경제신문 6개사이고, 여기에 뉴미디어 콘텐츠 제공자들이 합류한다. 네이버와 협의했던 언론사의 B 관계자는 “네이버가 현재 논의에 참여한 언론사들에 보장해준 게 다른 언론사는 1년 후에 받겠다는 것이었다”며 “다만 알음알음 시작한 터라 여러 언론사들이 더 참여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사가 구독형 플랫폼에 제공할 예정인 콘텐츠는 대부분 주식, 부동산 등 수요와 시장성을 인정받은 경제·재테크 관련 콘텐츠들이다. 매일경제가 경제교육과 해외증시 분야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과 사회공헌 영역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도 각각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 ‘땅집고’가 관련 콘텐츠 제공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가 제공하는 사회공헌의 경우 네이버에서 구독자가 가장 많은 남형도 기자가 제작하는 콘텐츠로, 구독 금액의 절반을 기부한다.


다만 언론사로선 기존에 송출하던 기사가 아닌 별도의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수익 역시 전재료가 아니라 네이버에 수수료를 주고 구독 금액의 나머지를 가져가는 만큼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A 관계자는 “사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지 않느냐”며 “네이버 입장에선 검증된 콘텐츠, 돈 주고 사볼 만한 콘텐츠를 나름 엄선해서 플랫폼에 넣고 싶겠지만 유료 구독 모델이 성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C 미디어전략 담당자도 “이번 실험이 언론사에 대단한 수익 모델을 제시할 거라 보진 않는다”며 “다만 개별 언론사 사이트에서 유료 구독 모델을 실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재 시도해볼 수 있는 게 포털밖에 없기 때문에 함께 플랫폼 가동을 해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독 모델조차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작동하게 되면 이번 실험이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B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번 모델을 성공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언론사가 과연 따라할 수 있을까. 플랫폼 속성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 같다”며 “게다가 네이버에선 구독자 정보를 절대 안 준다고 한다. 어떤 독자가 우리 콘텐츠를 봤는지도 모른다면 결국 언론사가 나중에 개별적으로 유료화를 시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사 임원급 D 기자도 “디지털은 규모의 경제에서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기성 언론사들이 포털을 벗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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