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정정, 사과… 2000년 미 대선보도 혼선, 국내 언론까지 불똥

[저널리즘 타임머신] (40) 기자협회보 200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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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맞붙은 올해 대선에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어느 때보다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20년 전 선거에선 미국 언론의 당선자 오보 소동으로 한국 신문들까지 낯뜨거운 일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대결한 2000년 11월 미국 대선. 두 후보는 유세과정에서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개표 당일 부시 후보가 앞서자 미국 언론은 그의 승리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이 부른 오보였다. 이후 경합지역인 플로리다주 개표가 마무리되자 반대로 고어 후보가 우세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혼란스러운 몇 시간 사이 지면을 찍어야 했던 한국 신문들은 미국 언론의 오보를 그대로 반영해 또 하나의 오보를 냈다.



기자협회보는 2000년 11월13일자 1면 기사로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기사에 따르면 11월9일 오전 대부분의 신문은 두 후보 당선 기사를 준비했다. 오후 3시15분 CNN이 ‘부시 우세’, 4시15분 ‘부시 당선 확정’ 보도를 내놓자 4시30분 전후로 가판 마감을 마쳤다. 하지만 5시가 넘어서자 ‘부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5시35분경 CNN이 두 후보 간 표차가 근소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소식을 전하고 부시 당선 보도를 취소했지만, 이미 미국 언론의 오보가 태평양을 건너 지면에 오른 상태였다.


기자협회보는 “마감시간에 임박해 미국 언론의 보도 파동을 함께 치른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 뉴스에 대한 위상 정립과 독자에 대한 공신력을 함께 돌이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기자들은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면서도 보도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기자는 “일반 국제 뉴스에 소홀하면서 미 대선 보도만을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언론이 국내 현안이던 대우 자동차 부도 사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점을 꼬집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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