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미디어시장에서 '도매상' 뉴스통신사의 역할은

연합뉴스 창사 40주년 세미나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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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연합뉴스 창사 40주년 기념 한국언론학회와 연합뉴스 공동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이호규 동국대 교수와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디지털 환경에서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 강화 방안'을, 오종환 서울대 강사가 '뉴스룸에서 인공지능과의 역할 분담'을 각각 발표했다. 토론에는 박영흠 협성대 교수,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이나연 성신여대 교수, 한운희 엔씨소프트 R&I 실장, 김종우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홍보부장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연합뉴스 창사 40주년 기념 한국언론학회와 연합뉴스 공동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이호규 동국대 교수와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디지털 환경에서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 강화 방안'을, 오종환 서울대 강사가 '뉴스룸에서 인공지능과의 역할 분담'을 각각 발표했다. 토론에는 박영흠 협성대 교수,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이나연 성신여대 교수, 한운희 엔씨소프트 R&I 실장, 김종우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홍보부장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뉴스통신사의 전통적 모델은 '뉴스 도매상'이다. 소매상인 신문사와 방송사를 고객으로 삼아 이들에게 뉴스 원재료를 공급해왔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뉴스통신사는 고객사를 거치지 않고도 포털,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뉴스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간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통신사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그 요구가 더 큰 상황이다. 연합뉴스가 창사 40주년을 맞아 25일 한국언론학회와 공동 개최한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 세미나에서 달라진 언론 환경 속 뉴스통신사가 나아갈 길, 공영 뉴스통신사의 정체성 재확립 방향 등의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 공동발제를 맡은 이호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가 공적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언론사들과 경쟁하기보다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부족한 자원을 상호 공유‧보완할 수 있는 언론사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서 연합뉴스의 새로운 기능을 실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같은 재해재난 상황에서 상황판‧인포그래픽 등을 협업해 제작한다면 인적‧물적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언론의 공적 책무와 수용자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이 모델은 한국 저널리즘의 지나친 경쟁 풍토를 바꾸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공적 책무 실현 방안과 뉴스 생산‧비즈니스 전략 등을 연구할 사내 싱크탱크 성격의 '저널리즘 연구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연합뉴스를 향한 쓴소리가 가감 없이 나왔다. 연합뉴스 공적기능 평가모델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연합뉴스가 뉴스 소매시장에서 다른 언론사와 경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평가모델 개선 작업 중 연합뉴스 전현직 구성원, 고객사, 학자 등 50여명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한 결과 70%가 연합뉴스의 공적기능 수행에 부정적이었다. 소매시장에서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하지 않으면서 뉴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며 "언론 불신이 심각하고 경영위기를 맞은 언론사가 많은 상황에서 연합뉴스가 하나의 파이를 놓고 다른 언론사와 다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자들에겐 경쟁의 DNA가 있다. 연합 구성원들도 공영뉴스통신사의 정체성보다 언론사 기자라는 관점이 강하다"며 "단독 경쟁을 벌이면서 낙종하면 괴로워하고 다른 언론사를 꺾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가 가야 할 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는 소매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경쟁하기보다 다른 언론사들이 비용과 기술의 제약으로 다루지 못하는 공익적 정보, 해외이슈 등을 취재하는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자 수가 가장 많고, 낮은 광고의존도 등 수행모델이 건전한 연합뉴스엔 여러 언론사와의 협업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자격이 있다. 언론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언론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연합뉴스가 소매시장에 나와 경쟁한다면 정보 보조금을 받아 뉴스 시장을 잠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책무를 하려면 다른 언론사가 할 수 없는 해외, 외국어, 북한, 재난재해 뉴스 강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권이나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사회(뉴스통신진흥회) 구성 등에 정치적인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를 연구개발분야에 나누는 것도 공적 책무를 실현하는 새로운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오 연구위원은 "한국화된 기사작성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대량의 한글기사가 필요하지만 데이터 자체가 없다"면서 "학자나 연구자들이 훈련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연합뉴스가 자사 기사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 권한을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또 오 연구위원은 "연합뉴스 기사 자체가 1차적 사실관계여서 이를 활용한 지식베이스를 만들면 팩트체크를 빠르게 하기 위한 기술개발 도구를 만들 수 있다"며 "연합뉴스가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공적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근무했던 한운희 엔씨소프트 R&I 실장은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답 중 하나는 좋은 기술을 내재화해서 그것을 저널리즘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합뉴스에선 이루기 어렵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기술은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임원진 교체와 상관없이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연구소를 설립해 끊임없이 고민해간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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