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정의연 보도 쏟아지던 중 나온 '쉼터 의혹', 새 분기점 돌입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후 10여일 간, 종합일간지 관련보도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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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언론이 관련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주최해온) 수요집회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면서 “단체에 모인 돈이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이 없다”고 성금 사용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을 향해선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위안부 문제는 윤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에서 10억엔이 들어오는 걸 윤씨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이튿날 입장문을 내고 이 할머니 발언에 대해 반박·해명했다. 이와 함께 회계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서 더 큰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몇몇 언론이 이 회계 자료 등에서 허점을 발견해 보도한 이후,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게 이목이 쏠렸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성금 사용처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사전 인지 등 의혹은 △윤 당선인의 딸 미국 유학 자금 출처 △윤 당선인 남편 회사서 정의연 소식지 제작 △윤 당선인 개인 계좌로 할머니 장례비·출장비 모금 △국고보조금 공시 누락 △위안부 쉼터 고가 매입과 헐값 매각 △쉼터 관리인에 윤 당선인 아버지 지정 △윤 당선인 아파트 매입 과정 논란 등으로 확대·보도되며 윤 당선인 개인 비리 의혹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의연은 “지금까지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계속해서 말도 안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익법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계 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으려고 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어놓은 상태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판하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논란 이후 처음 열린 온라인 수요집회에 취재진이 몰려있는 모습. /뉴시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판하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논란 이후 처음 열린 온라인 수요집회에 취재진이 몰려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살펴보면 이 할머니 기자회견 당일인 지난 7일부터 19일(오후 5시 기준)까지 종합일간지 9곳이 ‘이용수’, ‘윤미향’, ‘정의연’ 등 3가지 키워드를 포함해 해당 논란을 다룬 기사는 총 1082건이었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가 2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181건), 세계일보(175건) 순이었다. 서울신문(94건), 한국일보(83건), 동아일보(74건), 경향신문(59건)은 100건 미만이었다. 한겨레는 43건으로 가장 적었다. 최다치인 조선일보 기사 개수와 비교하면 약 1/6 수준이다. 조선일보가 정의연 논란 보도에 열중하는 모습은 지면에서도 두드러진다.


기자협회보는 위 9개 신문을 대상으로 기자회견 내용이 반영된 8일자부터 19일자(일요일 제외 총 10일)까지 지면 보도를 분석했다. ‘이용수’, ‘윤미향’, ‘정의연’ 중 1가지 이상을 포함하고 해당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룬 기사만 집계했으며, 기자·논설위원 칼럼과 외부 필진 기고글은 제외했다. 지면에 실린 기사 수, 1면 배치 횟수, 사설 개수를 살핀 결과 전 항목에서 조선일보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 기간 조선일보가 지면으로 보도한 정의연 관련 기사는 총 54건이었고, 10일간 1면 배치는 7번, 사설로도 7차례 다뤘다. 조선일보 보도량은 중앙일보(지면 기사 총 개수 35건·1면 게재 6건·사설 5건), 세계일보(31·2·6건), 동아일보(31·3·3건)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기사 수로만 보면 국민일보(28·3·5건), 한국일보(28·5·3건), 한겨레(25·2·2건), 서울신문(22·1·4건), 경향신문(18·2·3건)의 2~3배에 달한다.



조선일보는 초반부터 윤 당선인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 기사를 다수 보도했다. 9일자 <위안부단체 이끈 윤미향, 30년 동반자 이용수 할머니 공격>, 11일자 <전직 고위 당국자 “위안부 합의 내용, 윤미향 알고 있었다”>, <딸 미국 유학보낸 윤미향 부부, 소득세는 5년간 640만원>, 13일자 <이용수 할머니도 친일 세력입니까> 등이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번 논란은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성금·기부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이를 ‘친일 세력의 공격’으로 몰아붙였다”며 “또 자신을 조 전 장관에 빗댐으로써 작년 ‘조국 사태’ 때처럼 진영 간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이는 전날 윤 당선인이 자신의 SNS에 “조 전 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정의연과 저에 대한 공격은(…)평화인권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친일 세력의 부당한 공격의 강도가 세질수록 저의 평화 인권을 향한 결의도 높아질 것”이라고 쓴 글에 대한 반박성 보도였다.


같은 날 국민일보는 정치쟁점화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를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국민일보는 13일자 <윤미향 논란 일파만파 또 진영이념 갈등 조짐>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전 인지 여부, 기부금 용처 논란이 ‘친일 대 반일’ ‘진보 대 보수’라는 프레임 대결로 비화됐다”며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한국 사회를 극심한 분열로 몰아넣었던 ‘조국 사태’처럼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의혹 제기보다 쟁점을 짚는 보도에 비중을 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운동’의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사설을 통해 강조했다. 경향신문 9일자 사설 <정의연 갈등, 위안부 운동 대의 훼손 안 되게 해야>, 이 할머니 입장문을 1면에 게재한 14일자 <위안부 운동 개혁하되 폄훼 안 된다고 한 이용수 할머니>, 한겨레 12일자 <‘윤미향 논란’ 빌미로 ‘위안부 인권 운동’ 훼손 안된다> 등이다. 한국일보도 14일자 사설에서 <정의연 ‘부실회계’, 위안부 운동 흔들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언론계 내에서도 과열 보도 양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던 상황에서 15~16일 TV조선, 한국일보 등이 보도한 ‘경기도 안성 위안부 쉼터’ 의혹은 이번 논란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고 있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기업 기부금으로 경기도 안성 위안부 쉼터를 시세보다 2~3배 비싸게 사들이고 헐값에 되파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이후 언론의 보도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겨레는 18일자 사설 <정의연 ‘힐링센터(쉼터) 의혹’ 유감, 투명하게 해명해야>에서 정의연에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19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사설은 ‘더불어민주당의 윤 당선인 감싸기’를 비판하거나 당과 윤 당선인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윤미향 수사에 좌고우면하면 ‘정치 검찰’ 된다>에서 “정치적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검찰은 윤 당선자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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